장애계가 청각장애인이 공공기관 이용 시 수화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서울시를 비롯한 8개의 공공기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들을 상대로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측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7년이 넘었다. 법률에 의해 공공기관은 장애인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예산 부족과 귀찮음을 이유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차별 진정인 중 한 명인 A 씨는 임신한 청각장애여성으로 지난 8월 서울 시 B보건소에서 임신·출산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듣는 중 수화통역을 제공받지 못했다.

A 씨에 따르면 수화통역 요구에 보건소 측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능기부 수화통역사를 제시했고 이마저도 찾지 못해 보건소 직원이 직접 강의에 참석해 필담을 제공할 것을 합의했다.

A 씨는 "하지만 보건소 직원은 강의 내용을 대충 필담 해줘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어떤 때는 바쁘다고 가 버릴 때도 있었다. 심지어 필담을 하면서 자주 졸기도 했다"고 비판하며 "이번 9월에도 동일 교육을 신청했지만 수화통역을 제공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김세식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이사는 "최근 건강관리 강좌를 듣기위해 보건소를 방문했지만 수화통역사 제공이 아니라 건강관련 책을 건네받았다. 나는 농인이라 수화를 언어로 써 문자에 취약하다"면서 "공공기관에서는 아직 농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어떤 조취를 취해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차별 진정을 통해 앞으로 서울시와 인권위가 어떠한 태도와 입장을 취할지 지켜볼 것이고, 이후 보건소가 프로그램 제공에 있어 장애 유형과 특성에 따른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지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최 측에 따르면 C 구청은 매년 일정액 이상의 수화통역비를 책정하고 있으며, 장애인복지관 외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는 행사 및 프로그램에 농인이 참여할 경우 장애인복지과에서 수화통역비를 책정하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안세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이사는 "공공기관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책정할 때 수화통역 등 예산도 포함해야 한다"며 "서울시는 서울시내 공공기관을 지도 감독해야할 책무가 있으므로 농인들의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에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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