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고옥순 씨(75세)는 4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중도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초조리교실 수업 강사로 나섰다.

8월 말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요리교실의 첫 수업에서 중도실명인을 위해 특별히 ‘시각장애인 조리강사’를 초청했다는 것이 복지관의 설명이다.

고옥순 씨는 20년 전 시각장애 판정을 받고, 8년간 집 안에서만 생활하다가 처음으로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점자, 보행, 컴퓨터, 일상생활 훈련 등 기초재활교육을 받았다.

“그때는 장애인이 되면 아무것도 못하고 방에만 있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가족들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고 살 줄 알았는데, 어느 날부터 천천히 청소도 하고 밥도 하다보니까 시간은 오래 걸려도 결국엔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는 시각장애 판정 이후 첫 요리를 성공해 가족들이 자신의 음식을 먹었을 때 비로소 8년간 잃어버렸던 ‘엄마’라는 이름을 다시 찾게 된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장애가 생기고 나서는 가족들이 밥을 먹여주다시피 해서 다들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첫 요리를 시도했는데 가족들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물론 요리를 하면서 화상도 입고 염증도 생겼지만, 요리하는 게 참 좋더라고요. 하다 보니 노하우도 생겨서 이제는 찌개는 물론이고 추어탕, 설렁탕, 닭볶음탕 같은 요리들도 쉽게 할 수 있게 됐어요.”

이날 요리교실의 수업 메뉴는 오삼 불고기로 고옥순 씨가 시범을 보이면 교육생들이 따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몇 cm보다는 손가락 몇 마디, 몇 리터보다는 몇 컵 등으로 계량 방법을 알려주며 칼과 불을 조심하라는 조언 또한 잊지 않았다.

“파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로 썰어주시고, 물은 종이컵으로 반 컵 정도만 넣고요. 후추는 손바닥에 세 번 정도 탁탁 털어서 넣어주세요.”

교육생들은 간장의 양을 맞추고 고춧가루로 색을 내는 등 시각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불편함을 보였지만, 후각이나 촉각으로 감을 익히며 차근차근 요리를 완성해나갔다.

교육생 김선영 (33세)씨는 “기초재활교육을 통해서 요리를 처음 배우게 됐는데, 제가 원래 겁이 많아서 못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강사님이 쉬운 방법들을 알려주셔서 따라하다 보니까 도움도 많이 되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집에서 또 한 번 해보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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