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있기 때문에 자식이 장애를 가져도 수급신청을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죽으면 장애를 가진 자식은 어떻게 살아갈지 앞이 캄캄합니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민생보위’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증언대회 및 정책대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기초법 정책을 성토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에서 탈락한 수급자 정종훈 씨는 현재의 기초법으로 인해 딸이 장애를 가졌지만 수급자 신청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씨는 ““현재 제 딸 이름으로 나오는 급여는 장애수당으로 14만원씩 한 달에 나오는 것이 전부다”면서 “딸 수연이 이름으로 수급신청은 해 본적이 없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 큰 자식을 계속 부모가 먹여 살리라는 것이다. 부모가 있기 때문에 수급신청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종훈 씨는 “수연이가 수급자가 돼야 제가 눈을 감아도 좀 마음이 놓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종종한다”고 한탄했다.

딸 정수연 씨는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암 환자다. 그런데 이렇게 제가 짐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싫다”면서 “제가 수급자가 되는 것이 내가 살 수 있는 틀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정종훈, 정수연 부녀는 현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에 2년이 넘게 싸우고 있다.

기초연금이 삭감된 수급 노인 김광 씨는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준다는 소식에 기분이 참 좋았다. 지난 7월 기초연금이 처음 지급되고 나서 몸이 아파 약국에서 추천한 약을 처음 사봤다”면서 “세번쯤 지어 먹으면 좋을 거라고 약사가 이야기했는데 한 번 밖에 못 먹게 됐다. 기초연금을 다시 기초생활수급비에서 빼앗아갔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준다고 해놓고 다시 가져간다니 기분이 참 안 좋다. 수급비는 28만원이 됐다. 이 돈으로 어떻게 사나. 한 해가 다르게 몸이 약해진다. 큰 맘 먹고 지어먹은 약을 끝까지 먹어보지도 못하니 더 속상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제발 이 부분을 시정해서 기초생활수급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보장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이외에도 정부 개편안으로 인해 주거급여가 삭감될 예정인 수급자, 잘못된 근로능력평가로 인해 남편을 잃은 수급자 등이 자신들의 상황을 증언하며 정부의 정책에 비판을 쏟아냈다.

주최 측은 “정부여당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세월호에 발목 잡힌 ‘민생법안’이라고 호도하며, ‘법이 통과되어서 개별급여가 시행돼야 사각지대가 없어진다’고 하고 있으나, 정부안은 빈곤제도의 진짜 문제인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는 건드리지도 못 하는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주 의원은 “새롭지 않은 이야기들이 새롭게 들리는 이유는, 여전히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정부여당안의 문제점과 국회 논의 상황,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안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빈곤 사각지대를 대폭 줄이겠다고 공약해놓고, 막상 정부여당이 내놓은 안은 대상자를 일부 늘인 것일 뿐,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내용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난은 개인의 문제일 수 있으나 가난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고, 가난의 해결은 개인이 할 수 없고 사회가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가난함에도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인 부양의무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장 폐지가 어려운 만큼,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고 노인이 장애인을 부양하는 경우 등 노인 장애인 가구, 사실상 가족관계가 희박해진 사위 며느리 등 가장 핵심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례에 대한 폐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정부여당의 강력한 반대가 있다”고 폭로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 해소 없는 개악적 정부 여당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새정치연합에서 추진하는 세모녀3법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세 모녀 3법’은 ▲기초생활보장법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및 지원법(제정) 등이다.

기초생활보장법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발생의 주요 원인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긴급복지지원법개정안은 긴급지원 기준 완화를 통한 저소득취약계층 지원 활성화, 사회보장수급권자의 발굴 및 지원법은 사회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구축 근거 마련이 골자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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