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2일 혈액관리 본부 산하 경기혈액원은 헌혈의 집에서 받은 B형 혈액백을 A형으로 둔갑시켰다 다시 AB형 라벨이 붙여 유통시키는 이중 사고가 발생했다.

혈액원은 한국인 중 A형이 가장 많아 업무 편의상 A형으로 적어보내지 않는 관행에 따라 혈액형이 적혀있지 않은 혈액백 2개에 A형으로 기재했다.

이후 혈액무게측정 등 검사과정에서 두 혈액백이 각각 AB형과 B형인 것을 발견한 혈액원은 혈액전산시스템에서 혈액번호로 혈액형을 조회해 AB형과 B형 라벨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담당 직원이 혈액백 앞 뒤의 혈액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AB형과 B형 라벨을 뒤바꿔 붙여 혈액형이 바뀌는 사고가 다시 한 번 발생한 것이다.

혈액백은 통상 앞면에 혈액형과 혈액번호 라벨을, 뒷면에는 다시 혈액번호를 붙이고 있다.

문제의 뒤바뀐 혈액백은 출고 병원 도착 후에야 라벨 혈액번호가 다른 것이 발견돼 회수 조치됐다.

혈액백 앞뒤 라벨 불일치 발생 과정

하지만 대한 적십자사는 이번 사건 관련 담당자에게 뚜렷한 징계조치 없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혈액 제제 제조 후 표기사항 및 표기 등 확인, 불일치 발생 시 출고보류 및 부서장 보고, 두 명 이상의 직원이 이중 확인, 제조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출고’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한적십자사와 혈액원 간에 문제 보고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대한적십자사는 2012년 두 차례 혈액형 표기가 바뀐 혈액을 출고한 사고 이력이 있다.

8월 B형 농축 혈소판을 A형 농축혈소판으로 잘못 출고해 수혈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9월에는 대한적십자사 강원혈액원 채혈자가 헌혈자와 헌혈카드가 뒤바뀐 채 채혈을 해 AB형 혈액은 A형으로, A형 혈액은 AB형 혈액으로 의료기관에 출고된 바 있다.

김현숙 의원은 “2년 전 대한적십자사에 한차례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관리에 대한 훨씬 강력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적십자사의 실수로 잘못 출고된 혈액 수혈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데 담당자에게 징계 조치도 없고, 문제 발생 시 부서장 보고, 두 명 이상의 직원이 이중 확인 등 당연한 절차를 이제야 새롭게 시행하는 것은 대한적십자사의 혈액관리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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