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단체와 유모차 이용자들이 합심해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광화문역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모임(광엘모)은 23일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 내에서 진행된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광엘모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연차적인 지하철역 승강편의시설 설치사업의 진행을 위해 ‘1동선 미확보역사 승강편의시설 설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해 시행 중이며, 올해 11월에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1동선이란 모든 지하철역에서 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지상에서 대합실을 거쳐 지하철 승강장까지 하나의 동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말한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의미한다.

박현 씨

박현 씨는 “장애인은 왜 속도도 느리고 사고의 위험성도 높은 리프트에 목숨을 내걸고 이용해야 하는가. 일부 장애인들은 광화문역에서 내리지 않고 일부러 시청역에서 내려 도착지까지 돌아가고 있다”며 “이게 말이 된다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씨는 “광화문역 측은 역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것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실제로 5호선 여의나루역도 기존 계단구조에서 크게 변경않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사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홍주리 씨

배융호 서울특별시 명예부시장은 “서울시장님과 도시철도 사장님이 단 하루라도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출근한다면 당장 리프트를 철거할 것”이라며 역지사지를 제시했다.

그는 “물론 엘리베이터 설치는 기술적으로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기술적 어려움이 아니라 장애인이 이용하면 얼마나 이용하겠냐 내지는 예산 부족이 진정한 이유라 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융호 씨는 “몇 해 전 인권위가 휠체어리프트는 편의시설이 아니라고 판결하고 엘리베이터 설치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리프트를 운영하는 것은 살인기계를 그대로 운영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2001년 4호선 오이도역과 2002년 5호선 발산역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를 타다 사망한 사건을 언급했다.

박경석 대표는 “수많은 장애인들은 휠체어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죽고 다치고, 하루에 수십번 씩 고장이 나는 리프트 위에 오도가도 못했던 때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라며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서울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10년이 넘는 오래된 시간을 기다렸다. 광화문역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대한 예산을 투입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현재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역사는 ▲5호선 광화문,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종로3가, 을지로4가, 마장, 강동, 마천, 상일동 ▲6호선 구산, 새절, 보문, 상수, 대흥, 효창공원, 약수, 상월곡, 봉화산 ▲7호선 광명사거리, 수락산, 건대입구, 청담, 고속터미널, 남구로 ▲8호선 수진, 복정, 남한산입구 등 38개 역사이다.

이 중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을지로4가, 효창공원, 약수, 복정역은 1동선 확보를 위한 공사 중이거나 공사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날 광엘모는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태호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이수경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