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한 유일한 공공병원인 대구의료원이 최근 간호인력 부족으로 다음달 1일부터 ‘호스피스 병동’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27일 철회했다.

2008년 6월 14개 호스피스 병상으로 출발한 대구의료원은 최근 간호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새 인원을 충원할 때 까지 잠정 중단키로 했지만, 호스피스 병동을 언제 다시 운영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대구의료원이 폐쇄 결정 이후 곧바로 철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폐쇄 며칠 만에 폐쇄를 철회할 정도였다면, 대구의료원는 호스피스 병동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만큼 사전 노력을 경주했는지 반드시 되돌아보길 바란다.

대구지역 대학병원 등 6개 대형병원에서 다 운영하는 호스피스 병동을 공공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이 포기한다는 것은 어떤 해명과 변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의료원의 호스피스 병동 유지는 기존 인력을 호스피스 병동으로 이동 배치하는 미봉책이라서 언제든지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지방의료원은 매년 운영평가를 통해 경영개선 계획을 수립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보호자없는 병원 등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적자를 줄이고 공공성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을 강요당해 왔다.

그런 가운데 전국의 지방의료원은 비슷한 규모의 민간병원에 비해 낮은 진료비를 유지함으로써 의료비 증가 억제에 기여해 왔고,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호스피스 병상 등을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운영해 왔다.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 문제는 지방의료원이 처한 구조적이면서 실제적인 문제인 의료인력 수급 문제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간호인력 수급 등 공공의료기관의 인력수급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계속해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250만 시민이 거주하는 대구의 공공병원도 간호인력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면,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정부와 지방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이번 사건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에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대구의료원, 대구시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특히 대구의료원은 이러한 결정을 성급하게 내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에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개성을 더욱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간호인력 수급문제는 한 병원, 한 지역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전국적으로 빅5병원을 비롯 지역의 대형병원들까지 앞 다투어 병상 수를 늘리고 있다 보니 간호인력의 타지 유출이나 대형병원으로 옮김에 따라 중소병원은 오히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요구한다.

1. 대구의료원는 호스피스 병동 유지와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하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과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2. 대구시는 대구의료원의 안정적인 간호인력 충원방안을 마련하고, ‘메디시티 대구 협의회’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인 인력수급문제 등을 논의해 개선대책을 마련하라. ‘메디시티 대구 협의회’는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대형병원의 병원장과 간호사회장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그동안 민과 관의 거버넌스 중 가장 잘 운영된다고 대구시는 자랑해 왔음을 명심하라.

3.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 병동의 확대를 위해 호스피스 운영과 관련한 수가를 현실화하고, 인력배치에 따른 지원책을 획기적으로 마련하라.

2014년 9월 29일

우리복지시민연합

이성숙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