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24일까지 인천 일원에서 개최되는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회 종합 2위를 목표로 구슬 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 중인 핸드사이클의 이도연 선수와 보치아의 정호원 선수 그리고 이번 대회에 처녀 출전하는 휠체어대표팀을 만나봤다.

핸드사이클의 이도연 선수

“‘철의 여인’이 될 수 있던 원동력은 날 믿어주는 세 딸”

사이클에 입문한 지 일 년 만에 세계를 제패한 ‘철의 여인’ 이도연(42) 씨는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유명하다. 탁구, 육상, 사이클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자기 계발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이도연 씨는 19살이던 1991년 추락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후 15년 넘게 바깥세상과 등을 지고 살았다.

우연한 기회에 생활체육을 접하고 6년 간 탁구에 전념했다. 그러나 두터운 선수층으로 태극마크를 달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2012년 육상 필드로 종목을 바꿨다. 그는 그 해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창, 원반, 포환던지기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세계 수준의 기록에 못 미쳐 메이저 대회 출전이 좌절되자 지난해 5월 류민호 장애인사이클 국가대표 감독을 무턱대고 찾아가 ‘핸드사이클’에 도전했다.

핸드사이클은 누워서 손으로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경기다. 전신의 근육을 사용해야 하고 특히 어깨 힘이 좋아야 한다.

그는 남다른 ‘끼’와 ‘재능’으로 한 눈에 류 감독의 눈에 들었다. 우수한 체격조건과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나오는 강한 자신감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도연은 지난 5월 이탈리아 월드컵, 7월 스페인 월드컵, 9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국제사이클연맹(UCI) 세계선수권대회 도로독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2014인천장애인AG 역시 금메달이 목표다.

끊임없이 그녀를 도전케 한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었다.

그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그 열망을 이해하고 응원해 준 가족 덕분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특히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꿈을 향해 가라며 도와주던 세 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큰 딸이 훈련장에 찾아와 힘든 과정에 도전하는 제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고 철이 들었다”며 “어린 학생들이나 젊은이들도 이번 대회에 직접 와서 경기를 보고 삶의 어려움과 장벽에 부딪쳤을 때 자신을 믿고 과감히 도전하고 이겨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호원 선수와 권철현 코치

2008베이징패럴림픽 BC3 개인전 동, 페어 금메달을 따낸 정호원(28세, 속초시장애인체육회) 씨는 2010광저우장애인AG, 2012런던패럴림픽에선 모두 아쉬운 은메달에 그쳤다.

지난 2008년 이후부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며 한국 보치아의 간판 스타로 자리매김 했지만 금메달 운이 따르지 않아 이번 대회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기대감이 있다.

보치아는 뇌병변장애인이 참가하는 경기다. 그 중 BC3는 장애가 가장 심한 장애인이 보조자와 함께 경기에 임한다. 스스로 공을 던질 수 없기 때문에 선수의 지시에 따라 보조자가 홈통을 세워주고, 선수가 공을 굴린다. 보조자는 오로지 선수만 볼 수 있고, 경기가 벌어지는 뒤편은 볼 수 없다.

정호원에게도 보조자이자 스승인 권철현(41세, 속초시장애인체육회) 코치가 있다. BC3선수는 혼자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을 갈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보치아 코치들은 훈련도 하지만 생활도우미 일도 겸해야 한다.

정호원은 충주숭덕학교에서 보치아를 접한 후 2002년 부산아시아․태평양장애인경기대회 단체전에서 금을 땄다.

권 코치는 강원도 원주 장애인공동체 소쩍새마을에서 특수체육 교사를 맡으며 안명훈의 코치로 나섰고,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서로 다른 소속이었지만 이미 단체전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함께 나눈 한 팀이었다.

이후 정호원은 운동을 그만두고 자립을 위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에 부딪히며 시련을 겪었고, 권 코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둘의 만남은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둘은 2005년부터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둘의 호흡은 모자랄 때가 없었다. 2006브라질 세계보치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5위, 페어 금메달, 말레이시아 아‧태장애인경기대회 개인전 동메달, 페어 금메달의 성적을 올렸다. 결국 2년 후인 2008베이징패럴림픽에서 개인전 동메달, 페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쾌거를 이뤄 냈다.

하지만 2012런던패럴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친 정호원이 선수로서의 은퇴를 고민하며 기로에 섰고, 그때 권 코치가 정호원의 마음을 다잡아줬다.

이들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땄을 때만 반짝하는 국민의 관심도 이젠 묵묵히 받아들인다. 보치아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닌데다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 경기를 관람하면 빠져드는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는 전율을 느낄 수 있다.

둘의 목표는 전국에 보치아 실업팀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이다.

“BC3의 경우 중증 장애인에 보조자가 한 명씩 붙다보니 예산이 많이 들어 실업팀 창단이 어렵습니다. 고가의 장비를 보관할 곳도, 훈련장소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훈련은 더욱 힘들죠. 한국의 효자 종목이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은 어쩔 수가 없네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의 쾌거를 이루고, 보치아를 널리 알려 실업팀 창단도 탄력을 받았으면 합니다.”

 “직접 와서 보세요. 비장애인럭비와는 비교도 안 될 박진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답니다.”

휠체어 럭비는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첫 정식종목 채택됐다. 휠체어농구는 비장애인농구와 비슷한 룰로 진행되지만, 휠체어럭비는 다르다. 일종의 ‘뉴스포츠’라고 볼 만큼 다양한 종목이 혼합돼 있다.

“휠체어농구의 일부분과 아이스하키의 룰을 따랐습니다. 전술적으로는 럭비와 비슷하지만 테크닉은 핸드볼과 같지요. 쉽게 설명하면 공을 소유한 채 키 에어리어를 통과하면 1점이에요. 4대 4로 경기를 합니다.”

하영준(47세) 휠체어럭비 국가대표 감독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장애인스포츠에선 몸싸움이 없다. 휠체어농구의 경우 자리싸움은 허용하지만 세게 와서 휠체어를 받으면 파울이다. 하지만 휠체어럭비는 강도와는 상관없다. 장애인경기 중 가장 거친 운동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휠체어럭비 선수들이 장애가 덜 있는 것은 아니다. 99%의 선수들이 쿼드(경추장애) 등급이다. 다리는 물론 손, 팔 등 목 이하 기능이 상실돼 사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장애인농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하 감독은 경추장애인의 열악한 재활 시스템을 보며 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휠체어럭비를 활용하기 위해 종목을 전향했다.

“중증장애인들이 휠체어럭비를 꾸준히 하다보면 굉장한 운동능력을 갖게 됩니다. 처음엔 혼자 휠체어에도 못 앉던 선수들이 스스로 휠체어를 차에 넣고 내리기까지 하죠. 혼자 운전도 하고 믿을 수가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국내에선 이러한 휠체어럭비 보급을 위해 경증장애인도 참가할 수 있는 일반부팀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각기 다른 팀에서 선출된 12명의 선수가 대표팀을 이루다 보니 ‘화합’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주장 이명호(35세, 서울)가 중간 역할을 하며 서로를 다독여 팀을 이끌어 가고 있다.

“선수층이 얇아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다, 평상시 자주 연락하고 지내기 때문에 많이 부딪힐 일은 없어요. 하지만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개개인의 성향이 튀어나올 때가 있어 리더로서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하 감독에게도 역시 숙제가 남아 있다.

“이번 대회 메달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이후 휠체어럭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요. 선수발굴은 물론 지도자, 트레이너 등 인프라도 아직 턱 없이 부족합니다. 다음 인도네시아장애인AG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유지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등 한국에 휠체어럭비 보급을 위해 해야 할 숙제가 많죠. 국민들께서 많은 응원과 관심 가져주세요.”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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