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살해, 성폭행 등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성람복지재단의 전 이사장이 비리가 폭로돼 구속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장애인단체들은 그 곳을 관할하는 종로구청에 항의방문을 시도했다. 하지만 종로구청 측의 행동은 그 날 집회 참석자들의 입을 꾹 다물게 만들었다.

항의방문에 대응하기 위해 구청 입구를 경찰병력을 동원해 막아두고, 담당직원들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는 얘기만을 전해지고 있었다. 기자 입장에서는 '구청측이 한마디로 장애인단체의 집회를 그저 불만자들의 저항정도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됐다.
좁은 구청 정문 입구에서 경찰들과 장애인들이 몸싸움을 하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러 나온 구청 직원들은 마치 강건너 불구경하는 구경꾼처럼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에 화가 난 경찰관계자가 "우리도 당신들과 같은 공무원인데 당신들은 뒷짐지고 구경하고 왜 우리 경찰들만 장애인들과 이렇게 싸워야하는 것이냐. 장애인들도 경찰들도 도대체 누구의 잘 못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해 같은 공무원에게 항의하는 해프닝까지 연출됐다.
하지만 구청 관계자들의 답변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고, 잠시 후 주차되어 있던 용달 트럭 두 대를 입구로 가져와 막아섰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답변이냐'라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무시되어져 버렸다. 이날 집회는 목적을 이루지 못한채 끝났다.

이 사건이 있는 후인 지난 19일 종로구청을 다시 찾은 장애인들에게 이번엔 바리게이트와 직업 경찰들까지 동원돼 아예 초도봉쇄를 하고 막아섰다.

어느 측의 의견을 나눠보기도 전에 중간에 경찰병력이 막아서 대화는 일체단절됐고, 허용도 되지 않을 분위기였다. 서로 몸싸움으로 밀고 당기는 장애인과 경찰.... 이날 참석했던 한 장애인은 "당신들에게 미안하다. 솔직히 당신들의 잘 못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정부에 대한 분노 또한 감추지 못했다.

이날 장애인 단체들은 성람재단 비리 이사진을 해임하고 민주적 이사진으로 교체를 요구하기 위해 종로구청 집단민원신청을 내러 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종로구청 측은 구청장실 강제점거 우려와 민원실을 찾은 다른 민원인들에게 혼란을 야기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청 정문을 봉쇄한 것이다.

장애인들의 "민원 좀 냅시다"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여전히 담당 직원과 담당부서는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는 상황이 몇 시간을 이어가 장애인도 그들을 막아선 경찰도 지쳐갔다.
이에 보다 못한 장애인 대표 몇몇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구청에서 민원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것에 진정을 제출했다.

이에 이례적으로 인권위는 신속함을 보여줬다. 진정 제출 즉시 직접 담당자가 구청으로 조사를 나왔고, 그는 "정당한 사유 없이 민원신청을 거부 할 수 없다"고 권고조치를 내렸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오후까지 계속된 경찰과 장애인들의 대치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던 구청직원들은 즉각 요구를 받아들여 민원 접수가 가능하게 됐다.

몇날 몇일을 대화를 요구하고 민원 신청을 받아달라고 항의해가면서, 휠체어가 부서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장애인들에게 인권위의 권고에 바로 태도를 달리하는 구청의 모습은 한마디로 허무였으며, 취재중이던 기자의 눈으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권차별의 현장이었다.

현장에 집회나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정부는 정부만 좋아해! 정부끼리만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농섞인 말들을 많이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기에 정부로서도 별다른 변명의 여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장애인시설에 대한 비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관할 구청과 담당 직원들은 검찰의 수사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좀더 귀기울이고 우선시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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