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년 영유아 건강검진 실태를 조사면서 외부 전문조사기관에 영유아 보호자 등의 개인정보가 들어 있는 리스트 1만건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법적으로 문제없으니 괜찮다는 입장이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영유아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위해 최초 1만5474명을 발췌했고, 그 중 총 1100표본(의료급여대상자 100표본 + 건강보험대상자 1000표본)에 대한 5배수 정도를 외부여론조사업체에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목희 의원실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외부업체 직원(퇴사)과 통화한 결과 총 1100표본 중 의료급여대상자(100표본)는 5배수의 표본자료를, 건강보험대상자(1000표본)는 10배수의 표본자료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건강보험대상자뿐만 아니라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포함된 리스트를 모두 e-mail 제공했다.

외부업체에 제공된 모집단 리스트에는 영유아 및 보호자 성명을 비롯해 직역(건강보험, 의료급여), 자택 또는 휴대폰 번호, 수검유무 외에도 지역본부코드, 지사명, 시도명, 시군구명, 2012년 11월 건강보험료 구분(상ㆍ중ㆍ하) 등이 포함된 방대한 양의 정보가 포함돼 있다.

공단 및 외부여론조사업체는 모집단 자료를 사업종료 후 폐기했으며 폐기확인서도 작성했다고 하나, 현재는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특히 의료급여수급권자의 경우 가구의 경제적 수준까지 유추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임에도 공단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부업체에 이를 제공해 본인이 의료급여 대상자임이 사실상 공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1만여명이 되는 건강보험대상자들도 본인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 뿐만 아니라 자녀의 검진 정보까지 노출됐다.

문제는 외부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어 리스트 규모를 기억에 근거해 추정할 뿐이고 임의로 e-mail을 삭제하는데 있어서도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건보공단은 모집단 자료가 사업종료 후 폐기됐다고 주장하면서 파기확인서는 서명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존재하지 않다고 한다.

이 의원실에서 이번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외부업체 직원(현재 퇴사)에게 확인해 본 결과 폐기는 했으나 확인서는 공단 담당자와 유선으로 폐기 사실을 알리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고 한다.

결국 건보공단은 기존에 계약관계가 많았던 외부업체에 대한 신뢰 하나로 무책임하게 확인서 조차 작성하지 않아 개인정보의 외부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과연 여론조사를 위해 외부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일례로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려 했던 “저소득층 기저귀 및 분유 지원사업”의 경우 사업시행 이전 실시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기획재정부 소관)를 위해 조사를 수행하는 한국개발연구원이 사업대상자(저소득층)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복지부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제공하지 않았다.

이목희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의 영유아 건강검진 실태조사를 위한 개인정보(의료수급자 포함)의 제공이 개인정보보호법상 적법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측은 영유아 건강검진 실태조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4조 제1항 제9호에 따른 공단의 소관업무이며, 조사업무 수행의 효율을 기하고 조사성과를 높이기 위해 조사전문 업체를 선정하고, 이 업체에 조사관련 모집단의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은 공단의 업무를 처리할 목적이고, 공단의 관리ㆍ감독을 받으므로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6조 제1항의 내용을 준수한 업무위탁에 해당한다는 법적 해석을 내놨다.

즉, 건보공단은 ‘영유아 건강검진 실태조사’를 위해 외부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반면 복지부가 ‘저소득층 기저귀 및 분유지원’ 사업은 개인정보보호를 근거로 정보의 제공을 거부한 것과 상반된다.

이 의원은 “법적 해석상 적법하다 할지라도 사실관계를 고려하면 두 가지 사례는 사실상 동일한 성격을 지닌, 즉 정부기관이 외부업체에 여론조사를 위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가 비록 소관 사업을 위한 여론조사이지만 대상자, 그것도 저소득층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정보제공을 거부한 것처럼 건보공단의 경우에도 마땅히 의료수급자까지 포함된 대상자 리스트를 외부업체에 제공하지 말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문혜원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