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달 17일 서울 노원구 모 교회의 목사 부부가 지체장애인 남성과 정신장애인 여성의 재산 5억원을 가로챈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6월 연구소 인권센터를 통해 접수된 것으로, 장애인 가정의 가장인 A 씨(지체장애 3급)의 건강이 악화되자 평소 다니던 교회의 사모가 접근해 부인 B 씨(정신장애 2급, 68년생)와 딸 C양을 평생 돌봐주겠다며 A 씨의 모든 재산을 요구해 유증 받은 사건이다.

목사 부부는 2010년 12월 A 씨가 사망하자 사망 사실을 A 씨와 B 씨의 친척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장례를 치뤘고, A 씨가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부동산, 전세보증금, 재건축 보상금, 보험금, 연금 등 도합 5억원 상당의 재산을 가로챘다.

이들은 가로챈 재산으로 자신들 소유의 아파트를 구입하고, 빚을 갚는데 사용하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했고, 일부 부동산에 대해서는 현재 채권자들에 의해 경매가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A 씨의 재산을 유증 받음과 동시에 B 씨와 C양을 기초생활 수급자로 신청해 매월 90만원 상당의 기초생활수급비를 가로채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기 행각은 B 씨의 동생이 연구소 인권센터에 신고함에 따라 드러났다.

인권센터는 목사 소유 아파트를 방문해 B 씨와 C양이 억압적 상황에 놓인 것을 확인하고 B 씨와 C양의 의사에 따라 가족에게 인계했다.

또 거액의 재산 착복 정황을 파악해 사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행사,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 노원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A 씨가 지정장애인은 아니었기 때문에 A 씨의 유언이 무효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목사 부부가 유증을 받은 취지와 다르게 재산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을 인정해 배임죄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이미 유증에 의해 소유권이 피의자에게 속하게 됐고, 이후 피의자가 유용한다 해도 배임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B 씨의 진술에 의하면 목사 부부는 A 씨가 목사부부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집요하게 유언장 작성을 요구했고, A 씨는 목사부부를 믿을 수 없다고 괴로워하는 동시에 당장 회사에서 쫓겨날 두려움과 장애가 있는 아내와 어린 딸의 장래 걱정 등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A 씨 사망 이후, B 씨는 외부 활동이 차단된 채 집 안에서 머물며 목사부부의 폭언과 욕설에 시달려야 했고, C 양에게는 매일 1시간이 넘는 안마를 요구하거나 교회 반주를 위해 피아노를 강제로 배우게 하고 연습을 게을리하면 처벌을 가했다고 전해졌다.

연구소 관계자는 “불순한 의도로 장애인의 재산을 착취한 피의자들의 행위를 안일하게 판단해 불기소 처분한 검찰에게 장애인의 대한 이해와 인권감수성에 심각한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장애인에 다한 지원은 공적 체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검찰은 사적관계를 이용해 장애인을 착취하는 자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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