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송파 세 모녀법’ 처리가 늦어지는 사이 인천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며 앞 다투어 보도했다. 사실, ‘세 모녀법’은 정부가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으로 최저생계비를 해체하여 국가책임을 부정하고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이라는 미명아래 급여와 수급자들의 권리를 쪼개는 예산 맞춤형 제도라고 그동안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차게 반대해온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세 모녀법’으로는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인천 일가족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부조차 180만명의 비수급빈곤층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빈곤정책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00년 157만명이었던 수급자가 최근 130만명으로 줄었다. 대구시도 2010년에 비해 1만명 정도 줄었으며, 올해 대구의 수급자 자살자 수도 증가추세에 있다. 탈빈곤을 통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벽 때문에 진입조차 못하거나 탈락하는 사이 빈곤문제는 깊어만 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세 모녀법)을 철회하고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추정소득 및 간주부양비 삭제 등을 통해 수급자의 권리 보장과 권리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구시도 권영진 시장이 공약화하고 최근 시정혁신 100일위원회에서 약속한 ‘대구복지기준선’ 마련 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대구복지기준선’ 설정은 빈곤문제를 중심으로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5대 영역에 대한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2015년 3월부터 시작해서 2016년 6월까지 1년3개월 간 논의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논의시작 시기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대구시에 강력히 요구한다. 내년 3월까지 기다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수급자 신청 후 탈락한 가구나 긴급복지 지원 후 종료된 가구, 부양의무자나 재산 때문에 신청조차 하지 못한 사각지대에 대해 사후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고, 이들을 지원할 제도를 갖고 있는지를 대구시는 이번 기회에 점검하길 바란다.

가난 때문에 사람이 죽는 비참한 세상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대구시의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2014년 11월4일

우리복지시민연합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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