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단체들이 장애인 응급안전서비스와 독거노인 응급안전돌보미 사업을 통합·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장애인 사망사고를 야기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4일 국회 앞에서 개최된 '장애인응급안전서비스 노인기관 통합방안 강력규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2012년 10월 故김주영 씨가 화재로 사망하게 되자 응급환자서비스란 명목으로 장애인응급안전서비스를 지난해 1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6월부터 2차 시범사업 수행기관을 공모하고, 7월에는 78개 시군구에서 75개 지역센터를 선정해 사업을 시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돌연 복지부는 9월 장애인응급안전서비스와 독거노인 응급안전돌보미 사업을 해당기관에게 통합해 운영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앞서 장애계 단체는 지난 8월 29일과 10월 22일 시범사업에 대한 1·2차 간담회에서 복지부에게 노인기관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최 측 관계자는 “7월 2차 시범사업에 선정된 장애인기관 등은 기관 인력채용 및 상담실 운영과 각종 홍보물들을 제작한 후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일방적인 통합결정에 따라 시범사업 지정취소와 더불어 노인기관이 없는 지역은 장애인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지역 노인기관에서는 장애인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선정기관이 활동한 2개월간의 시간을 어이없게도 토해내게 한 것과 같은 행위”라고 토로했다.

또 “서비스 시행 이후에도 화재와 응급상황으로 인해 중증장애인의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어 서비스의 실효성의 의문을 갖고 있는 가운데 노인기관과 통합을 결정·추진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장애인의 사망사고를 야기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1차 시범사업에 선정돼 장애인응급안전서비스를 시행했던 김동희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동희 소장은 “시군구청 등에서 장애인가구의 응급안전 명단이 제공 안돼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야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겨우 응급안전이 필요한 대상자들을 추려낸 후 구청에 신청해도 구청 측은 10명이 채 안된다는 이유로 승인처리를 미루기만 했었다”고 전했다.

서비스 설치업자도 전국 2~5곳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승인 신청부터 대상자 자택의 시스템 설치까지 최대 한 달은 족히 걸린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현재까지 이러한 문제점들은 장애인 특성과 유형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노인기관과 서비스를 통합한다는 것은 다시 산으로 가는 서비스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또 2차 시범사업 선정기관으로 선정된 조경원 대구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직국장은 장애인과 노인의 서비스를 통합했을 시 발생할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조경원 조직국장은 “장애인과 노인은 신체적·정신적 특성과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위험요소마다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활동지원 급여가 불충분한 현재 상황에서 최중증 독거수급자 및 응급대응이 필요한 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는 장애인만의 서비스 체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손동기 충남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은 “당일 노인종합복지관에 문의한 결과 65세 이하는 서비스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장애인 이용자 중 20~30대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며 “복지부는 왜 위법을 하면서까지 통합을 하려는지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한탄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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