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더욱 놀라운 일은 이런 사실은 그리 크게 다루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하긴 하루아침에 멀쩡히 수학여행을 간 아이들이 주검이 되어 돌아오는 나라에서 ‘나는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쯤은 그리 주목할 만한 일이 못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소식들 하나하나가 몰고 올 여파를 그리 만만히 볼 일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태어난 것을 후회하고, 학생들은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 폭력을 두려워하며, 청장년은 구직과 생계에 찌들고, 노인이 되면 빈곤과 고독 속에서 자살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일은 결코 개개인들이 그냥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무언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말하자면 이전의 패러다임으로는 결코 이 사회를 더 이상 해석해낼 수도 없으며, 삶의 방향을 가늠할 수도 없고,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이 극심한 고통과 좌절 속에서 실질적으로 삶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들이 너무도 흔하게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에 완료되어 이번에 발표된 아동종합실태조사는 내년부터 5개년 동안 도입되는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 대한 기초 자료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조사에서는 삶의 만족도나 아동결핍지수 등과 같은 의미 있는 조사 내용들이 추가되어 아동들의 생활상을 보다 세심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그나마 의미를 갖는 일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흔히 지난 2008년의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되어 우리 사회의 아동정책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자료로써도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2008년도는 IMF 직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지표인지라 비상시국을 앞둔 시점보다 지금이 나아졌다고 하는 결과 발표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것인지 솔직히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구체적인 항목 하나하나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결국 사회현상들은 일정한 맥락을 따라 흘러가는 경향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태도인지라,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빈곤아동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취약계층 아동들의 삶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거나 혹은 이미 고착화 단계로 접어든 듯 다양한 아동정책의 시행 속에서도 좀체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근심스러운 일이다.

빈곤아동들은 다양한 지표 속에서 사회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고 이들 지원의 중심에는 실질적인 가정소득의 증가와 실질적이고 충분한 돌봄과 보호 및 발달과 성취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태조사의 마지막을 보면 아동정책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무상보육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있다. 이는 아동의 육아와 돌봄은 분명한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현상이고, 국민들이 자신이 낸 세금이 그와 같은 실질적인 일에 사용되어지길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가구들은 향후 보완이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제도로써 성폭력이나 학교폭력 등과 같은 직접적인 위해를 예방하는 일 외에 방과후 돌봄 정책을 3순위로 거론하여 돌봄 정책이 좀 더 보완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물론 이에 비하여 빈곤가구는 한부모 및 조손가정의 지원정책이나 의료비지원 혹은 아동수당도입 등과 같이 빈곤 정책에 더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부모나 조손가정의 지원정책에서는 돌봄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라 돌봄은 무상보육과 더불어 시급히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지원되어야 할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는 듯이 지난 2일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면서 10대 핵심 증액사업의 하나로 지역아동센터 지원 사업을 꼽고 있어 현장을 고무시킨 바 있다. 물론 이런 안들이 현실화가 되어야 하는 실질적 난관이 있긴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단순히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겠다는 것보다는 아동과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읽혀져 더 고무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역아동센터는 대한민국 아동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아동결핍지수를 낮추는 것을 사명으로 여겨 왔다. 무엇보다 고통 받는 아동들에게 우선 손을 내민다는 마음으로 빈곤 가정의 아동들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앞장서서 돌봐왔다. 물론 지역아동센터의 역량이 높아지면 언젠간 지역아동센터가 간직한 모든 것들을 대한민국의 전체 아동들과 함께 나눌 날이 올 것이란 꿈 역시 저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는 넘어야 할 산이 있고, 건너야 할 깊은 강이 있다. 부족한 현실의 여러 여건들이 우리의 발길을 멈칫거리게 할 때가 많다. 그렇게 우리가 힘을 내지 못하는 순간순간 모두가 아동들의 삶에서 어둠이 되고, 부족함이나 쓸쓸함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고통스런 마음을 견딜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아동들이 안녕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한 오늘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마다 우리의 부족함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의 결과는 극복되어야 하는 우리의 암울한 현실이다. 물론 이런 우리 시대의 사명을 지역아동센터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이런 고귀한 사명을 함께 이겨나가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아동들의 행복을 키워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 지역아동센터들의 본령(本令)이다.

2014년 11월 7일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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