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예산 심의가 시작됐다. 여러 현안 중 무엇보다도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복지 3법’이 이번 회기 처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안타깝게도 세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신의 마지막 길을 수습할 사람을 위해 국밥 값을 남겨 놓으신 홀로 사는 할아버지와 12살 어린 딸의 유서가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든 인천 세 가족의 소식이 불과 며칠 전 우리에게 전해졌다.

가난한 이웃들의 비극을 막기 위해 창당 1호 법안으로 '송파세모녀3법'을 제출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송파세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은 취약계층 복지사각지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사각지대 발생의 제1 원인이다.

관계가 사실상 끊어진 가족에게까지 무리하게 부양의무를 부과하고, 가난한 자식이 가난한 부모를 의무적으로 부양하도록 해 자식까지 영원히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며, 스스로 한 몸 추스르기도 여의치 않은 노인이나 장애인에게까지 부양의무를 부과하는 가혹한 현실로 인해 대규모 사각지대가 양산되고 있다. 정부 추계만으로도,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층에 속하면서도 지나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117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폐단이 없어지지 않는한 우리는 또 다시 세모녀 비극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근원을 도려내지 않은 채 외치는 ‘복지사각지대 해소’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부양의무 폐지가 사각지대 해소의 핵심임을 알면서도 정부여당안의 통과를 강요한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모르고 있다면 무심한 것이다.

작년에 제출된 정부여당의 기초생활법개정안은 사각지대해소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함은 물론 오히려 수급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개악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야당은 동의할 수 없었으며 지난 4월 제출된 야당의 세모녀 3법이 아직 처리되지 않는 것은 정부여당의 무관심과 무책임 때문이다.

인천 세 가족의 자살과 국밥값 할아버지를 생각한다면, 돈 타령 속에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조속히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음과 같은 원칙아래 오늘부터 시작되는 법안, 예산 심사를 임하겠다.

1. 부양의무자 기준은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하는 것으로 비록 사회적 통념 및 재정상의 문제로 일거에 철폐하기가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 단계적 철폐의 첫 단계로, 교육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우선 폐지하는 것이다. 교육급여는 아이들이 가난의 대물림을 받지 않도록 초중고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것으로 의무교육의 정신과도 일치하는 것이므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2. 현재 제도에서는 가난한 사람에게도 부양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에 부양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부양의무자마저도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빈곤의 되물림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부양의무를 이행하고도 우리사회 중간정도의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부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3. 노인은 모든 부양의무를 마친 사람이고 장애인은 자신의 생활 유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으로 노인과 장애인에게 부양의무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가혹하다. 노인과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에게는 부양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다. 노인 혹은 장애인이 모두 있는 중복 가구에 대해서는 우선 부양의무를 면제한다는 원칙을세워야 한다.

4. 현대의 변화되는 가족관계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양의무자 범위에서 1촌 혈족의 배우자, 즉 사위와 며느리를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 사회에서 사위와 며느리에게까지 무조건 부양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 특히, 사실상의 가족관계가 사라지거나 희박해진 1촌 혈족의 배우자는 조속히 법적 부양의무자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

2014년 11월 10일

새정치민주연합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일동

이성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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