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10일 유엔의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 승인소위(ICC)가 지난 8일 국가인권위의 등급심사를 보류하고 내년 3월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 이어 등급심사가 재차 보류된 것이다. 국가인권위 등급심사 결정에서 사상초유의 일이다.

이번에 ICC 승인소위는 인권위원 임명절차의 투명성과 참여가 규정상 충분히 보장돼 있지 않고 위원 선출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부재하며, 인권위원과 직원 구성에 있어 다양성 보장 규정이 미비한 점 등을 지적하면서 위원 및 직원의 다양성 보장 조항과 면책조항 신설하고 시민사회와 협력 실적 제출 등을 요청했으며 내년 인권위원 선출시, 투명하고 참여적인 절차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 등급이 강등된다는 의미는 엄중하다. A등급 국가인권기구만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정식으로 참여할 수 있고 발언을 할 수 있으며 국제적으로 정식 인정을 받는다. 국가별 정례검토와 그 외 유엔에서 다뤄지는 모든 의제에 대해서도 A등급 국가인권위만이 참석하고 발언할 권리가 주어진다. ICC에서도 A등급 국가만이 투표권이 있는 정회원이 된다. 즉 등급하락은 국제사회에서 인권의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영향력과 개입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곧 인권에 관한 국제적 위상과 직결된다.

ICC의 권고는 곧 한국에 대한 권고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3일 반인권활동을 벌여온 최이우 목사를 비상임위원에 임명했다. 동성애 차별과 혐오를 선동해 온 인사를 인권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충격적이다. 인권위원 임명 절차 마련에 대한 국제사회와 국가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원 임명에 대해 그 어떤 공개적인 절차도 없이 너무나 안이하게 권한처럼 행사한 것이다. 청와대가 국제사회에 대해 어떤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월 등급심사 보류 이후 국가인권위가 보여준 모습도 참담했다. 국가인권위는 전원위원회는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법안 마련 주체를 놓고 수차례 상정이 보류되는 등 권한다툼을 벌였다.

또한 전원위에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안이 상정됐으나 결국 위원 인선의 다양성 확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사회’ 문구만 뺐다. 이것 또한 바로 잿밥에 관심있는 무자격 인권위원 인선의 결과이다.

현재의 국가인권위는 전례없이 국가적 위기를 만들고 있다. 인권기구로서의 위상 추락은 물론이고 국가인권위 내부에서도 국가기관들 내에서도 국가인권위 권고가 이행되도록 하는 데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모범기구로 칭송받던 한국의 국가인권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두 번이나 연기되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마땅히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ICC의 등급심사 과정은 국가인권위 설립 이후 지난 13년간 한국사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인선을 둘러싼 심각한 절차미비와 잘못된 인선의 폐해를 해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기회이다. 이번 등급심사 재보류 사태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대법원과 국회는 즉각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다양한 인권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 인권위원 인선에 관한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1월 11일

새사회연대

이성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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