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 실시는 우동기 교육감과 권영진 시장이 지난 6월 지방선거 공약이었다. 무상급식의 무풍지대인 대구는 초·중의 경우 최저생계비 340% 이하, 고등학생은 260% 이하라는 소득기준으로 전체 학생의 45.9%에 대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초등학생은 52.7%).

이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급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보편급식도 아닌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이상하게 추진하는 지역이다. 최저생계비 340%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인정액이 555만원이다(260%는 425만원).

선정기준인 소득인정액이 매우 높다 보니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중산층 무상급식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우동기 교육감과 대구시장이 저소득층 선별급식을 고집한 결과이기도 하고, 무상급식 꼴찌라는 여론에 밀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어쩔 수 없이 우동기교육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약속했다. 물론 권영진 대구시장도 공약했다. 그런데 정부 교부금이 줄어들자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무상급식 추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초등학교 1~2 학년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따른 예산배분을 합의하지 못한 결과다. 대구시교육청과 대구시의 엇박자로 인해 정작 편성해야 할 대구시교육청은 편성안하고, 대구시만 일부 편성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우동기 교육감은 2000억에 이르던 순세계잉여금을 그동안 선심성 예산 쓰듯이 주먹구구식으로 마구마구 집행하면서도 무상급식을 외면했다. 적어도 밥 먹는 것 만이라도 학교 내 차별을 없애자고 시민사회가 대구시민 3만2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한 대구 제1호 주민발의 조례까지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대구시의회는 묵살했다. 돈이 없다는 말은 단골메뉴였다.

예산이 너무 많이 남아 물 쓰듯이 쓸 때도 대구시교육청은 무상급식을 외면했고, 이제 와서는 공약까지 한 무상급식을 돈 없다고 못한다며 오리발을 또 내밀고 있는 것이다. 교육수장으로서 갈지자 행보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더군다나 매년 2학년씩 전면 무상급식을 확대해 공약을 이행하는데 드는 비용을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합의하지 못한다면 무상급식 공약은 물 건너가게 된다. 교육청은 전면 무상급식 학년의 50대 50 예산분담을 주장하고 있고, 대구시는 전면 무상급식 학년에서 추가로 늘어나는 급식지원비 중 50대50 부담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과정도 순탄치 않다. 그런 과정에서 대구시만 내년 예산에 추가 41억원을 상정했다. 따라서 내년 초등 1~2학년 전면 무상급식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유야 어찌됐건, 한 가정에서 학교 다니는 형의 밥그릇을 빼앗아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생에게 주라는 정부의 태도나, 대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급식차별을 받는 것은 ‘행복교육’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더 나아가 무상급식 공약 후퇴가 되든, 포기가 되든 우동기 교육감은 대구시민과 학부모에게 사과는 커녕 해명한 적도 없다. 2016년 예산부터 포함하겠다는 말도 감언이설에 불과하다. 무상급식은 세수부족이나 대구시와의 불합의 등 변수가 생기면 언제든지 미편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공약후퇴가 아니라 공약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앵무새처럼 돈이 없어 무상급식을 못한다던 우동기 교육감, 그러나 적어도 대구시교육청은 돈 때문에 무상급식을 못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순세계잉여금이 쌓여 있을 때도 시행 못했고, 똑같이 교부금이 줄어든 현 상황에서도 다른 교육청에 비해 무상급식비율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동기 교육감은 권영진 시장과 단판을 짓든지 해서 무상급식을 어떻게 할 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구시민과 학부모들을 우롱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핑계는 더 이상 필요 없다. 대구시와의 재원분담까지 학부모들이 고민하기에는 삶이 너무 어렵고 그 자체 또한 스트레스다.

2014년 11월 17일

우리복지시민연합

이성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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