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일본 도쿄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가 됐다고 한다. 갈수록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져서 이제 더 이상 일상을 지속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위험신호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월세와 공과금을 남겨두고 함께 떠난 세 모녀, 장례비와 국밥값을 남기고 가신 어르신, 다시 오늘 기초생활수급자로 혼자 살아오던 어르신이 생활고와 병치레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그런 오늘 국회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자 발굴과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합의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기초수급자 요건을 완화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복지국가로 가는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빈곤율은 더 높아졌음에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수는 2000년 146만명에서 2013년 136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본래 목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합의된 개정안은 교육급여에 대한 부분 등 부양의무자와 관련된 조항에 대해 일부 개정을 했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온 부양의무자 제도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 또한 기초생활보장 관련 급여를 개별화하고, 업무를 부처별로 흩어놓는 등 논의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시민사회와 당사자들의 우려스런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여야가 개정안을 이대로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서는 당장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줄 수 없다. 국회가 정말로 서민들의 복지와 인간다운 삶을 걱정한다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보장수준을 현실화하는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14년 11월 18일

녹색당

이성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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