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관리사는 평균적으로 240분동안 7가지의 가사업무를 수행하며 과중한 노동 부담에 시달리고 있지만 뚜렷한 노동 기준이 없어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27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가사서비스 노동 기준을 세우자 : 계약서를 씁시다!' 토론회를 개최해 가사노동자의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사서비스 노동기준표를 발표했다.

이날 박주영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은 가정관리사 A, B 씨의 가사서비스 현장을 찾아 직접 관찰연구한 사례를 발제했다.

박주영 상임연구원에 따르면 A 씨(57세, 경력3년)는 인천에 위치한 247㎡의 주택에서 4시간동안 화장대 방을 포함한 방 5개, 화장실 3개를 청소하는 가사업무를 담당한다.

A 씨의 가사서비스 부문멸 소요시간은 ▲주방 22분 ▲환기 및 청소준비 27분 ▲휴식 각 3분씩 총 11분 ▲바닥청소 43분, 물걸레 바닥청소 43분 총 86분 ▲현관청소 10분 ▲세탁 17분 ▲화장실 청소 64분 ▲정리정돈 및 걸레 빨기 15분 ▲쓰레기 버리기 및 퇴근 8분 등 총 264분(4시간 24분)이 소요됐다.

A 씨의 고용주는 전업주부로 집은 비교적 정돈돼 다른 집과 달리 설거지 및 세탁 등의 서비스는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박주영 상임연구원은 "큰 평형대의 경우 가장 고단한 직업으로 꼽히는 바닥청소는 청소 이후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A 씨는 각 3분동안 물을 마시며 기대어 쉬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또 "대다수 가사노동자들은 음식물과 재활용 쓰레기를 챙겨 퇴근하는 길에 각 쓰레기통에 투기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끝낸다. 하지만 이 시간은 가사노동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인식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가정관리사 B 씨의 경우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B 씨(58세, 경력 7년)는 서울 소재의 145㎡의 주택에서 4시간동안 방 5개, 화장실 2개 규모를 청소한다.

B 씨의 가사서비스 부문별 소요시간은 ▲반찬 장보기 20분 ▲환기 및 바닥 정리 10분 ▲아이돌봄 10분 ▲주방 39분 ▲휴식 각 3분 총 11분 ▲세탁 30분 ▲청소기 및 대걸레질 68분 ▲화장실 20분 ▲다리미질 10분 ▲정리정돈 10분 ▲쓰레기 버리기 및 이동 12분 등 총 243분(2시간 3분)이 소요됐다.

B 씨의 고용주는 직장인이다보니 A 씨와 달리 반찬 만들기 및 아이돌봄까지 전체적으로 살림을 총괄하는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평행대가 A 씨보다 좁은 B 씨의 서비스시간은 20분 적지만 업무량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 하지만 서비스 요금은 오로지 평형대에 따라 책정된다.

이는 고용주의 직업과 성격에 따라 근로 환경이 유동적인 것을 의미한다.

고용주가 장보기 시간은 근로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시장 보는 비용을 미리 전달해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고, 아이돌봄의 경우는 가사노동을 하면서도 아이에 대해 끊임없이 신경을 써야하는 문제점이 있다.

가사노동은 노동집약적, 반복적 노동, 무리한 작업 등으로 근골격계 질환 등의 건강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고, 휴식시간 및 식사시간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특히 노동의 양과 질에 대한 노동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납득 가능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이다.

지금까지 가사노동은 가사노동 내용과 노동시간, 서비스 요금, 휴식시간, 점심시간 등의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만족 정도와 지나친 요구를 판단할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게 전가협의 설명이다.

이에 전가협은 7가지 업무를 기준으로 가사서비스 노동기준표를 제시했다.

가정관리사들의 업무는 환기 및 청소준비부터 시작해 세탁 관련 업무, 주방청소 및 정리, 바닥 청소, 화장실 및 욕실 청소, 정리정돈 및 걸레 빨기, 쓰레기 버리기 등 7가지로 정리된다.

노동기준표에 따르면 7가지 가사노동에 적합한 시간은 30평형 240분, 40평형 285분, 50평형 330분, 60평형 375분 등으로 가구인원수 및 평수에 비례돼 계산됐다.

시간 내에는 휴식 10분의 시간이 포함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본업무처럼 간주된 음식 만들기, 빨래 삶기, 다리미질, 냉장고 청소, 장난감 소독 등은 추가서비스 내용에 포함시켜 고용주와 상호조정해 시간 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가사서비스 요금은 4시간을 기준으로 면적에 따라 상이하게 책정된다. 99제곱미터 이하·이상(30평형대 이하·이상)는 4만원, 132제곱미터 이상(40평형대)은 4만 5000원, 165제곱미터 이상(50평형대) 5만원, 198제곱미터 이상(60평형대 이상)은 5만5000원이다.

가사서비스 노동기준표를 통해 ▲가사서비스 이용 계약 ▲가사서비스 기본업무 파악 ▲추가업무 구분 ▲가사노동자와 고용주 간 가사노동 업무 이해 등이 기대된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소장은 가사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호 방안을 위한 정책 사안으로 우선 가사서비스 이용계약서 작성과 홍보를 강조했다.

정진주 소장은 "개별적인 기관의 다양한 계약서 보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가정관리사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는 방향으로 계약서가 작성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협회·협동조합의 계약서 작성, 정부의 비영리 기관 지원 ▲이용계약서 내용 준수위한 주기적 모니터링 시행 ▲가정관리사 근로기준법 개정 및 4대보험 적용 ▲취약계층 및 맞벌이 위한 가사노동서비스 공공성 확보 등을 제언 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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