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의 근로여건이 열악해 10명 중 4명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거주장애인들의 성희롱에도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한신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장애인거주시설 7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의 인권보호 및 서비스 질 향상에 관한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의 직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4점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44.4%는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종사자들의 직무 만족도 저하와 이직 의도가 높은 이유는 장애인거주시설의 열악한 근로여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부분의 종사자는 연장근로를 하고 있지만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지급받는 경우는 약 40%에 불과했고,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전체의 3%에 해당됐다.

육아휴직은 해당사항이 있음에도 신청하지 않는 비율이 신청하는 비율보다 3배가량 높았다.

그 이유는 ‘시설에 육아휴직 자체가 없기 때문’, ‘시설의 눈치가 보여서’, ‘시설 사정을 감안해서’ 등으로 제도적, 환경적 인프라와 관련된 사항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종사자는 약 16%에 해당됐고, 미사용 휴가일수에 대해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는 전체의 81%로 조사됐다.

심지어 ‘업무에 지장을 줄까봐’, ‘기관이 쓰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등 종사자들이 기관의 눈치를 보며 산재 및 병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41%에 육박했다.

이어 업무와 관련된 책임감과 업무 자율성, 일의 완성 성취감과 보수 만족도는 반비례했지만 업무량 정도와 업무 만족도 비례했다.

종사자들은 소진과 감정노동 등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은 높지 않았지만 이직에 대해서는 대상자의 약 45%가 고민한 경험이 있음으로 응답했다.

고민 이유로는 역시나 '근무여건의 힘듬'이 가장 컸고, 이어 '직장 내 인간관계', '직장에서 발전 가능성 저조' 등으로 조사됐다.

장애인의 경우 동료나 상사에 비해 종사자가 폭언 및 폭행을 당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주로 욕하는 소리, 큰 소리 지르는 것, 깨물기·침 뱉기·할퀴기 등과 같은 피해를 월 평균 3회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폭언·폭행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대부분 ‘개인적으로 참고 넘기’거나, ‘주변 동료에게 푸념 및 도움 요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거주 장애인으로부터 성희롱 등 육체적 행위에 대한 피해가 있음에도 개인적으로 참고 넘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희롱 가해 대상은 거주장애인의 비율이 높았으며, 대부분 입맞춤, 포옹, 신체 부위 만지기 등과 같은 육체적 행위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같은 피해 상황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설 종사자 A 씨는 “나이 있으신 거주인이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여자 직원들이 신체 일부를 만지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거의 포기 상태가 됐다. 나도 신입일 때 당한 적이 있었다. 꼭 신입만 정해놓고 순식간에 손 들어와서 가슴 만지고 가고…”라고 증언했다.

종사자들은 이러한 시설거주 장애인의 폭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에 대한 욕구가 가장 강했고, 이어 CCTV, 비상벨 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한신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종사자의 인권보호 및 서비스 질 향상의 위한 관련 법령 재정비 ▲종사자 인권보호 및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 재정비 등을 제언했다.

이들은 “종사자들의 노동조합 경성률이 저조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해 종사자 권익 신장에 효과를 높여야 하고, 사회복지사 고용안전센터를 신설해 사회복지사 등의 고용실태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경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