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가 장애인복지구조의 변혁을 위해 장애인권리보장법 초안을 발표했지만 장애계 내에서는 제정 목적과 장애인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실장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실장은 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장애등급제폐지를 대비해 장애인 정의부터 복지서비스까지의 법률안 초안을 제안했다.

이날 발표된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장애인권리침해 방지 및 권리옹호 ▲장애인판정 복지서비스 결정 및 제공절차 ▲장애인복지서비스 ▲복지서비스 제공기관 및 제공인력 등으로 구성됐다.

초안에 따르면 장애인의 정의는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참여에 제약을 경험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특성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

기존 장애인 정의에 존재했던 의학적 손상개념이 아닌 ‘특성’ 개념을 도입해 사회적 관점을 중심으로 정의를 내린 것.

김치훈 정책실장은 “장애인 정의에 특성개념을 도입한 것은 논란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 손상개념은 추후 도입될 장애판전도구를 이용해 충분히 장애판정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장애인지예산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보건복지부장관, 중앙장애인위원회 순으로 거쳐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장관이 예산을 편성하도록 규정한다.

주요정책과 계획, 예산의 심의·조정을 맡는 중앙장애인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의 자문위원회 성격으로 상설화를 추진한다.

이어 장애인 권리침해 대응 절차에서 신고접수와 현장조사는 장애인권리옹호센터 또는 수사기관이 맡는다.

장애인권리옹호센터는 ▲의사결정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판정 및 복지서비스 신청 ▲장애인판정, 복지서비스 사정 및 결정과정에서 권리옹호 ▲서비스 불만에 대한 중재 및 심사청구 ▲장애인 계좌 정리 ▲거소투표 참관 ▲병원 및 시설 등에 대한 인권모니터링 등을 담당한다.

특히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는 지역장애인지원센터를 이용해 장애인판정에서 복지서비스 이용 모니터링까지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한다.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권리옹호센터장,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등이 장애인 판정 및 복지서비스를 신청하면 지역장애인센터에서 욕구 사정을 결정해 2주 이내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서비스 구매계약 방식은 장애인이 직접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또는 지역장애인센터가 구매를 대행해 서비스를 구매하는 두가지로 설정한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이 매년 고시하는 장애인 표준소득보장금액은 최저생계비를 기본으로 삼고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합한다.

추가 비용으로는 개인소득이 없는 장애인 중 근로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불가한 장애인에게는 표준소득보장금액을 지급하고, 가능한 장애인에게는 고용 전까지 한시적으로 최저생계비를 지급한다. 개인소득이 있는 장애인은 표준소득보장금약에서 개인소득이 1/2를 감한한 금액을 지급한다.

한편 이날 발표된 법률안에 대해 장애계는 장애인관련법과의 연계성이 없는 등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의 전면개정 형태로 제안된 이 법안에서 기존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연금법 등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중복되거나 충돌되는 지점이 없는지, 실제 작동될 때 관련법과의 연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염 변호사는 “장애계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지원체계 마련, 권리옹호체계 수립의 필요성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에 부합하는 법안인지에 관해서는 제정 목적을 보다 명확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은 “장애를 특성으로 정의한 것은 기존 장애인복지법에서의 정의와 유사해 의학적 판정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으며 “신체적 기능, 정신적 능력, 심적 건강으로 구체적 명기해 장애인 판정 오류를 탈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이문희 사무차장은 “이 초안의 특징인 장애인등록 폐기는 장애등급제도가 없음을 의미하는데, 초안에서 장애인의 정의를 ‘사회의 문화적·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으로 명시함에 따라 장애인정최소기준이 사라져 외국인을 포함해 누구나 장애인신청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장애인 인정과 장애인복지서비스 판정도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준비과정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대충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경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