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실버(Silver)가 은을 뜻하기도 하지만 노년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 고령화 물결과 함께 실버는 노인층을 겨냥한 하나의 이미지가 됐다. 실버보험, 실버학교, 실버대학, 실버용품등과 같이 실버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회분위기로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가 쓰는 실버라는 용어가 자칫 오해의 소지로 사용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예를 들자면 외국에 가서 무심코 실버타운을 탐방하자고 하면 십중팔구 은을 캐는 광산이나 은을 재료로 물건을 만드는 곳을 안내할 것이다. 이유는 국제적으로는 노년을 일컬어 실버(Silver)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노년을 Gray, Older, Elder, Senior로 표현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실버(Silver)가 노년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고 있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이런 사회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용어정화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왔고 지난 2004년에는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 위원회가 '실버'를 쓰지않고 '고령친화'라는 용어를 채택해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지난 3월7일 국가인권위에 '고령자'라는 용어와 관련해 고령자고용촉진법이 55세 이상을 고령자로 정의하고 있는 '고령자'라는 단어를 장년, 혹은 장노년과 같은 긍정적 용어로 바꿔야 한다는 진정을 낸바 있다. 고령자라는 말에서 고려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한은퇴자협회는 이런 운동을 펼치며 "단지 대중들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로 언어의 오남용에 한 몫하는 이들은 분명 반성하고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며 "싫든 좋든 하루 평균 2000여명이 50세로 들어서고 있으며 노인들로 가득찬 새로운 문화권에 들어서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 사회를 규정하는 말들이 무분별하게 수입돼 여과 없이 통용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특히 이런 말들의 근원이 일본에서부터 유입돼 학자들 사이에서 먼저 퍼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굳이 영어를 써야 한다면 Gray, Older, Elder, Senior와 같은 올바른 표기의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논지를 펴고 있다.

이런 대한은퇴자협회의 캠페인에 한번쯤 주의를 귀를 귀울여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고령 사회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너무 많은 부분에서 '무조건 베끼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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