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직장여성임대아파트의 임대기간을 제한하고 동절기 강제퇴거를 통보해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주거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16일 금천구 가산동 구로직장여성임대아파트 앞에서 근로복지공단과 법원의 동절기 강제철거 시도를 막기 위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임대주택법을 살펴보면 공공주택은 갱신 거절 사유인 임대료 미납 및 과실사례가 없는 한 강제 퇴거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구로직장여성임대아파트의 운영 규정 중 당초 임대기간이 ‘자립이 가능할 때까지’였던 것이 2011년 ‘최대 4년’으로 제한 된 것.

근로복지공단이 임대아파트 매각을 시도하다 매각이 안되니 임대기간을 ‘자립 가능할때까지’에서 ‘최대 4년’으로 설정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 2012년 전체 입주자 200명 중 입주기간이 7~18년 된 10명을 대상으로 ‘임대기간 요건을 위반했다’는 명분으로 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9월 최종 승소했다.

이에 공단이 서울남부지법에 강제집행을 신청한 결과, 16일 오전 11시 강제퇴거 대상자 10명을 강제철거 할 것을 통보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강제집행 예정자는 10명,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은 14명,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거나 합의한 사람은 20여명 이상이다.

이같은 강제집행은 1988년 공단이 직장여성아파트를 운영한 이후 처음이다.

입주민 대표 A 씨가 구로직장여성임대아파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주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 씨는 “하지만 정부는 우리를 내쫓기 위한 명분을 생각하기 전에 거주자들이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현실적인 이유를 생각한 적은 있는가. 우리는 정부와 끝까지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생존권을 지키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퇴거통보는 2년이 지났으니 갑작스럽게 나가라는 것이 아니다. 현재 구로직장여성임대아파트의 대기자는 400명이 넘는다. 소수에게만 혜택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입장이다.

김남주 변호사는 “임대주택법 취지는 임대주택 거주자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의 취지가 더 녹아있다”면서 “동절기 강제집행을 내년 봄까지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임대아파트 거주자를 내보낸 후 다시 대기자 400명을 부른다고 해도 주거의 질 총량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방법은 공단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대해서 공공임대 주택을 늘리고 그 곳에 대기자를 수용시키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적합하다”고 대안책을 제시했다.

정호진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실제 가산동 금천구 인근의 임대주택에서 살고있음을 밝히며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호진 위원장은 “서울의 경우 전세값이 아파트값에 70~80%에 해당돼 전세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분들이 강제퇴거 당했을 때 제2·3차 금융을 이용해 대출을 받아 엄청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이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대법원은 ‘구로직장여성임대주택은 임대주택이 아니라 복지시설이기 때문에 강제퇴거할 근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임대주택은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주택관리공단이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 임대주택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창호 전국세입자협회 대표는 근로복지공단의 명칭을 ‘반근로·반복지근로공단’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새조차도 한 곳에 둥지를 틀면 다른 힘 쎈 새가 와서 둥지를 뺏는 경우가 없다. 공단의 이같은 행위는 문명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강제퇴거 기한의 연장이 아닌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또 “지난 총선 새누리당은 6년동안 12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제대로 공급되지 않다보니 이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도 55만호 공공임대주택 공급 공약했지만 현재 2만호 수준이다”고 꼬집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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