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명의 도용, 대출 계약, 휴대폰 가입계약 등의 금융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한 장애단체가 금융사, 대부업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18일 한 지적장애인이 5000만원 금융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금융사, 대부업체, 통신사 등 10곳을 대상으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적장애 3급 임모 씨(66년생)은 대형마트에서 미화원으로 근무하던 중 동료 직원 손모 씨에 의해 신분증을 도용당하거나 동행해 내용을 모르는 대출신청서에 서명하는 등 5000만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 휴대폰 명의를 도용당해 사용하지도 않은 휴대폰 요금을 청구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 씨는 현재 각 금융기관들로부터 소송을 제기받은 상태다.

이에 연구소는 가해자 손 씨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제기하고,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대출계약, 신용카드 이용계약, 휴대폰 가입계약 등 사문서 위조 등의 사유로 무효라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피고 측은 우리카드, 엘지유플러스, 에이치케이저축은행, 아프로파이낸셜대부, 산와대부, 케이비저축은행,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넥스젠파이낸스대부, 엘하비스트대부, 이찬대부 등 10곳이다.

한편 연구소는 한 해 동안 장애인 대상으로 한 사기·절취, 갈취 상담 705건을 접수받았다. 이는 전체 상담의 11%에 해당되는 수치다.

연구소 관계자는 “많은 발달장애인이 휴대폰 개통, 신용카드 발급, 대출 등에 있어 악의적인 피해를 겪고 있으며, 신안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 중에도 명의를 도용당해 허위의 사업등록자가 되거나 휴대폰 수십 개가 개통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런 경우 명의인이 장애인 당사자이기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제2금융권 등에서 간단한 본인확인 절차만으로 대출을 시행하기 때문에 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 손쉽게 대출이 이루어져 새로운 유형의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연구소의 법률위원인 유창진 최고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맡았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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