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농인들은 비장애인(聽人)들이 규정해 놓은 음성언어의 잣대로 인해 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이는 자연스럽게 수화언어의 차별로 이어져 왔다. 일상생활에서의 수화통역 서비스는 시혜적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농인을 교육하는 특수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도 이상민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전국 15개 농학교에 재직 중인 특수교사 가운데 6%만이 수화통역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2011년 이후 수화언어법 제정을 위한 운동들이 활발히 진행돼 왔다. 그 결과 2013년 하반기에 4개의 수화언어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 법안에는 우리 단체를 비롯한 수화언어권공대위의 활동으로 발의를 한 정진후 의원의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안’도 있다. 하지만 발의된 수화언어 관련 법안들은 2013년 12월, 2014년 4월 두 차례 국회 해당 상임위에 보고만 되고 제정을 위한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수화언어법 제정은 농인의 소통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농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 전환도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 아니라 별도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집단인 ‘농인’으로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법안 가운데는 이러한 목적에 따라 수화언어를 대한민국의 공용어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도 있다. 또한 농인의 조기교육에서 수화언어를 우선하며, 일반 학교에서도 제2외국어 형태로 수화교육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수화언어나 농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물론 수화통역 서비스의 전달체계 등을 정비하여 농인의 권리를 높이려는 내용도 있다.

수화언어법 제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사항이었다. 또한 지난해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을 올바로 이행할 수 있도록 UN인권위원회가 우리나라 정부에 권고한 사항이기도 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현재 우리 단체도 그렇지만 한국농아인협회도 수화언어 관련 법안의 입법을 위해 집회는 물론 국회의원들에게 법 제정을 요청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견이 없어 국회가 열리면 제정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수화언어법 제정을 위해 활동을 해온 우리 단체는 올해에는 농인들의 숙원이었던 수화언어법 제정을 기대한다. 이에 국회는 새해 개회와 함께 법안의 심사는 물론 여론을 수렵하는 공청회 등 입법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한다. 이러한 수화언어법의 입법 과정을 통해 2015년 올해는 농인과 수화언어를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인식에 변화를 일으키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5년 1월 3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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