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복지부를 상대로 항의집회를 진행했던 장애인권운동가들이 잇따라 구속되자 장애계가 부당한 구속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센터, 기독교대한감리회 시국대책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등 4개 단체가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장애인권운동에 대해 공안탄압을 가하는 법원과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사법부는 경찰의 채증을 근거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구랍 2일 박승하 활동가를 구속하고, 지난 2일 양유진 활동가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승하 활동가는 ▲故송국현 씨 사망 관련 항의집회, 문형표 복지부 장관 사과집회 ▲세월호와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 등을 이유로 구속됐고, 양유진 활동가는 ▲故송국현 씨 사망 관련 항의집회 ▲故오지석 씨 장례식 등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는 중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양유진 씨는 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두 활동가의 구속 사유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4월 10일 장애등급이 하락해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던 중증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단체는 서울 광진구 소재의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해 장애등급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바 있다.

문제는 이날 당사자로 참여했던 송국현(남·53세·뇌병변장애 5급·언어장애 3급) 씨가 공단 항의방문 3일 뒤 자립생활가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안면, 다리, 팔 등에 3도 화상을 입은 것. 중태에 빠진 송 씨는 결국 17일 사망했다.

그는 20여년간 장애인수용시설에서 생활하다 자립생활을 위해 지역사회로 나온지 불과 6개월만에 이같은 화를 당해 안타까움이 더했다.

주최 측은 “송국현 씨 사망 일주일 전 장애등급 재심사 요구가 허용돼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았더라면, 적어도 홀로 남은 좁은 방 안에서 1m 남짓의 거리에 발목 잡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로인해 두 활동가는 송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 인정과 공개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고, 현재 정부도 이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해 장애등급제 폐지와 최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보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집회 약 1년여만에 두 활동가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구속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좌)박경양 목사, 박경석 교장, 양유진 활동가

박승하 활동가의 아버지이자 평화의교회(기감) 목사인 박경양 목사는 “국민의 안녕과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불의에 침묵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협박만을 일삼으며 국민들의 생명과 인권을 짓밟고 있는 꼴”이라고 단언했다.

양 씨가 교사로 재직 중인 노들장애인야학의 교장 박경석 씨는 “두 활동가는 모두 주거지가 명확하고 경찰의 조사에도 성실히 응하고 있었음에도 구속수사를 진행한 것은 장애인권운동의 손발을 묶으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또 “집회현장에서 경찰은 장애인전동휠체어를 분해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분리해 무력화 시킨다”면서 “장애인을 제외한 비장애인 활동가를 점찍고 끄집어내는 등의 부당한 대응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유진 씨는 “장애인인권활동 지지자, 제3자를 비롯한 5000여명의 사람들이 저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들었다. 특히 제3자의 탄원서 제출은 그들이 보기에도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라 생각된다”면서 감사함을 전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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