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제사회가 장애인 인권에 대한 압력을 비판하는 한편 관련 법제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압박과 인도적 지원을 균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밀알학교 도산홀에서 열린 ‘북한 장애인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경제난에 빠진 북한을 감안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규창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 헌법 제72조는 ‘공민은 무상으로 치료받을 권리를 가지며… 병 또는 불구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을 명시해 우리나라 헌법과 달리 장애인 보호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규창 연구위원은 “이와같은 내용은 향후 남북이 통일이 돼 새로운 내용의 헌법을 제정할 경우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대표적 장애인관련 법률은 장애자보호법으로, ▲장애자보호법의 기본과 장애자의 ▲회복치료 ▲교육 ▲문화생활 ▲노동 ▲장애자보호사업에 대한 지도통제 등 총 6개장, 54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북한은 2003년 ‘장애자보호법’ 제정 이후 ‘비상설장애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해 장애인 보호를 위한 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조선장애인보호연맹 중앙위원회’를 설립해 장애인보호를 위한 실무적인 집행을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2013년 7월 장애인권리협약의 서명함에 따라 같은 해 11월 장애자보호법의 일부내용을 개정해 ‘장애자후원기금 설립’ 조항을 추가했다.

한편 현재 국제법에서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국제조약은 장애인권리협약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하고 동등하게 향휴하는 것을 목적으로, 장애인의 권리보장이 국가의 의무임을 국제사회가 강조한 협약이다.

북한은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했으나 동 협약의 선택의정서에는 아직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택의정서란 정부가 협약 상의 규정을 위반해 장애인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는데도 국내에서 구제절차가 되지 않았을 경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통보해 위원회의 심리를 청구할 수 있는 개인통보 제도이다.

이같은 모습에서 북한은 법적으로 장애인에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차별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게 이 위원의 설명이다.

이 위원은 “북한 당국은 영예군인을 우대하고 선천적 장애아동에게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홀한 정책을 실시해 장애인 간의 차별을 하고 있고, 또 평양시 내 영예군인들 외 장애인이 거주할 수 없도록 격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장애인의 격리와 불임 등 차별정책에 대한 증언도 파악되고 있고, 장애인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다”면서 “여전히 북한 내 장애자라는 단어보다 ‘불구자’란 단어를 더욱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북한 장애인의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을 비롯한 국제·국내 차원에서의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이규창 위원은 “북한은 장애인권리협약 서명에 이은 후속조치로 협약 비준을 위해 장애자보호법을 협약에 부합하도록 정리해야 한다”면서 “협약 비준하기 전이라도 조약 서명국으로서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비준할 경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비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사회는 앞으로 장애자보호법과 조약 서명국으로서의 의무 준수를 감시하고, 장애인 인권 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지속적인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며 “북한은 외부의 인권문제 비판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관련 법제와 실태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남북 차원에서는 경제난에 처해있는 북한을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압박과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합적 시각에서 균형을 이루고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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