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겨레신문 기사 하나가 눈길을 잡는다. 주로 아파트 1층에 설치돼 있는 가정어린이집을 0~2살 영아들을 위한 국공립어린이집들로 전환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 발표가 바로 그 것이다. 가정어린이집은 주로 민간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보육시설로 서울시가 ‘비용절감형 국공립화’ 추진을 통해 현재의 영아 돌봄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시의 비용도 절감하면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민간과의 마찰도 줄이는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서울시는 공원의 자투리땅이나 학교 빈 교실 등에도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물론 이러한 계획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개정 등의 지난한 과정이 남아있긴 하겠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인 것은 분명한 듯 하다.

서울시의 이러한 혁신적인 정책 방안은 일단 매우 긍정적인 계획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서울시가 국제적으로 고령친화형도시 인증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는데, 이번 서울시의 보육행정을 보면 어린이친화형 도시로ㅆ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의 생활상 정책만족도 체감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해보며, 시민들의 긴박한 생활 상의 욕구를 적절히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 크게 박수를 보낸다.

서울시의 이러한 행정을 중앙정부에서도 눈여겨 보았으면 좋겠다. 특별히 지역아동센터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지역아동센터 역시 공공보육 및 아동복지시설로 성장을 계속해왔다. 특히 노동시장이 유연해짐에 따라 가구원들이 불안정하고 낮은 소득을 만회하기 위해 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가구원들이 상시 일자리를 찾아 대기 중이거나 단기 일자리에라도 연연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점점 더 높아져가고 있다.

물론 학교 돌봄 기능의 강화로 일정 정도 지역아동센터의 필요성이 덜해진 지역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제 학부모들은 지역아동센터와 학교 돌봄교실 사이를 서로 비교하고 정책자들의 입장과 상관없이 자신이 보기에 보다 더 나은 기관을 선택해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한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역시 지역아동센터의 정책적 발전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를 이끌어왔던 민간운영주체들은 언제나 ‘민간인’이란 이유만으로 그 헌신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외면당해왔고, 결국은 공립시설로 언젠가는 극복돼야 할 대상으로밖에는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현재의 지역아동센터는 서울시가 마련하고자 했던 민간설립주도-공공운영방식에 이미 근접해있다. 이번 한겨레 기사를 보면 이들 가정형 어린이집들이 맞벌이가정들의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3시면 벌써 문을 닫는 곳이 나올 정도로 민간의 자율성이 거의 100% 보장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에 비하면 지역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미 취약계층의 아동들을 돌봐오면서 부모를 대신해 거의 무한대로 헌신해야 한다는 역사적 전통이 그 바탕에 깔려있는 것도 이런 지침의 적용을 손쉽게 한 바탕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지역아동센터에 아무도 제대로 정책적 관심과 정책적 발전 방안을 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마음만 낸다면 현재의 민간 지역아동센터들 중 적지 않은 곳들이 일정 연한 동안 시설을 기부하고 공립형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면 지금처럼 힘겹게 지자체에서 시설부지와 신개축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지 않고도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 민간의 운영주체들도 보다 더 한시름 놓고아동복지에 더 힘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길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민간 지역아동센터의 공공화 방안 문제를 현장에만 미루지 말고 서울시의 방안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민간지역아동센터를 공립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자. 특히 이런 방안에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을 요청한다. 저출산 시대의 극복은 일정 연령대의 아이들의 문제만을 해결하거나 학교나 지역 한 곳에서 되는대로 억지로 정책을 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정부가 헌신해온 민간들을 버리고 국공립을 만들어 민간의 전통과 일자리를 앗아가는 어리석은 짓은 저지르지 않기 바란다. 우리도 공공적으로 일하고 싶다. 함께 논의해서 진정한 아동복지의 원년을 세워나가자. 오늘 아침 서울시의 정책이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2015년 1월 14일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이성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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