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지적장애언니의 부양 부담에 시달리다 자살한 20대 여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장애인가정의 지원정책에 대한 대책마련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됐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와 反빈곤네트워크는 29일 대구시청 정문 앞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복지제도의 근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구시 관계자와의 면담을 추진한다.

지난 24일 지적장애인 언니(31세)와 함께 살던 동생 류모(28세) 씨는 장애인 가족의 부양 압박감에 시달리다 본인 승용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연대에 따르면 장애1급(지적2급·정신3급)인 언니는 지난 2012년 4~7월, 같은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구시 서구에 있는 K정신병원에서 입퇴원을 반복하던 중 ‘동생과 살고싶다’는 언니의 의사에 따라 지난 12일 H시설에서 퇴소한 바 있다.

류 씨는 14일 봉덕 1동 주민자치센터를 찾아 사회복지 담당공무원에게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복지제도에 대한 혜택을 안내받고, 서류를 갖추어 다시 방문할 것을 요청받았다. 이후 류 씨는 언니를 홀로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 20일 자택에서 언니와 동반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24일 자가용에서 홀로 번개탄을 피워놓고 세상을 떠났다. 류 씨는 부모없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된 유서에서는 '할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달라.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샀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에 따라 장애를 가진 류 씨의 언니는 기초수급으로 월 최대 49만원의 지원과 월 20일, 1일 4시간 이하의 활동보조인서비스 등이 가능한 반면, 동생 류 씨는 기초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류 씨는 근무를 포기하고 하루 20시간 이상을 언니의 돌봄을 책임져야 최대 85만원을 수령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류 씨의 언니는 거주시설에 1년 이상 입소 후 퇴소했기 때문에 시설퇴소자립정착금(1회 500만원) 수령 조건이 됐지만 해당시설에서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설 퇴소 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통해 긴급활동지원을 우선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적절한 지원은 없었다.

노금호 420장애인연대 집행위원장은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애인복지제도에 대한 연계와 지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치 않아 발생한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제도를 연계할 수 있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수도 턱없이 부족해 상세한 안내와 연계가 불가능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약 지자체를 통해 시설 퇴소 시 지원되는 긴급활동지원서비스와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지원받았더라면 조금이나마 생활고를 해결하고 돌봄의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주최 측은 대구시에 ▲중앙정부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제도 개선방안 적극 의견 개진 ▲사각지대 위기 장애인가정 파악 및 지원 대책 마련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 및 자립지원 방안 마련 등을 촉구한다. 연대 측은 기자회견 이후 대구시청 관계자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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