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의문사한 장애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중증장애인이 전신에 피멍이 든 채 의문사한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장애계는 정부와 복지부를 대상으로 시설 중심의 장애인정책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임을 주장했다.

‘인천 해바라기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는 2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의문사한 A 씨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 영흥도 소재의 장애인거주시설 해바라기 이용자 A(남·29세·지적장애1급)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지난달 28일 사망했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지 35일째의 일이다.

A 씨는 지난해 중환자실 입원 당시, 우측 눈가와 가슴, 복부, 겨드랑이 아래, 허벅지 안쪽, 정강이, 발등 등 전신에서 피멍자국이 확인됐다. 그러나 시설 측은 줄곧 ‘A 씨가 넘어져 생긴 상처’임을 주장해 A 씨의 아버지 B 씨는 26일 경찰에 시설을 상대로 폭행혐의로 신고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A 씨의 상처는 단순히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는 시설 측의 설명을 그대로 믿기에는 그 부위와 부상의 정도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이러한 이례적인 상처가 한 부위가 아닌 전신에서 발견된 것은 폭행과 확대임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이 A 씨의 사망원인이 된 경막하출혈을 촬영한 사진을 들고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A 씨의 지난해 9~12월 잦은 타박상과 찢어진 상처 등으로 4차례에 걸쳐 시설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9월22일 A 씨는 좌측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로 부어 시흥센트럴병원으로부터 안과진료를 권유받았지만, 시설 지정병원인 시화병원에서 CT촬영만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설 교사는 A 씨 전신의 상처가 지난해 12월20일 중식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넘어져 생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당시 치료는 하루가 지나고 이루어져 방치·방임 의혹이 제기됐다. A 씨 사망의 원인이 된 경막하출혈에 대한 진단과 치료기록도 전무했다.

특히 시설 측은 A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전까지 가족에게 이 사실을 전혀 통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B 씨가 통화를 지속적으로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B 씨는 “시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국을 방문해 통화내역을 요청했지만 자신이 직접 수신·발신한 내역만 확인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면서 “시설이 정말 내게 전화를 시도했다면 통화내역을 뽑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아들 입원 당시 해당 시설은 ‘사회복지시설은 고객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자립생활시스템을 위한 교육이 마련됐다’ 말했지만, 실상은 사망 과정의 시스템을 겪게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임수철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인강원사건발생 이후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에 실시했지만 사후대책은 미진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인권지킴이단의 활동시간과 상시체크 리스트는 부족하며, CCTV영상기록은 자동삭제됨에 따라 복구를 하기 위한 시간이 한 달 이상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해당 시설은 원래 노인요양시설이 개조돼 설립허가를 받은 것으로, 해당 지자체의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면서 “심지어 해당 지자체는 의혹을 풀기 위해 방문한 아버지에게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데 아버님 면회도 잘 안다니셨다면서요’라며 오히려 면박을 줬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사회를 상대로 왜 중증장애인은 거주시설에서 원인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고, 거주시설에서 살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장애인은 장애인시설장들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위는 보건복지부에 ▲국가와 보건복지부의 책임있는 진상조사 ▲시설중심 장애인정책 폐기 ▲탈시설-자립생활 정책과 제도 수립 등을 촉구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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