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개최된 대안가족 모임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설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가족의 관심과 사랑에 방치된 채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탈북아동을 위한 사업이 최초로 시작됐다.

탈북아동 그룹홈 ‘우리집’은 4일부터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그룹홈 거주 탈북아동 친가족 보존과 대안가족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국내에 가족없이 입국한 ‘무연고 탈북 아동’은 600여명이며, 이중 현재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15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그룹홈이나 기숙형 학교 등 보호시설에 머물거나, 일부는 친인척과 지인의 집에서 생활한다는 게 우리집의 설명이다.

‘우리집’에 따르면 2014년 전국 13개 탈북아동 그룹홈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아동 76명 중 부모가 있는 아동은 50명(66%), 없는 아동은 26명(34%)으로, 시설에 사는 아동 대부분은 부모가 있었다.

마석훈 우리집 대표는 “우리집에 사는 아이들은 실질적인 무연고 탈북 아동이다. 고아도 있지만 부모가 건강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탈북아동의 부모는 경제적 어려움, 남한 사회적응 문제, 정보의 부족, 비공식적 지원체계 부재 등으로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남·북한의 양육방식 차이에 대한 혼란으로 인해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녀를 시설에 맡기는 것을 자녀양육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있어 장기간 시설보호로 이어지는 사례가 상당했다.

문제는 그룹홈 거주 아동의 친가정 복귀율은 매우 낮다는 것. 대부분 시설에서는 가족이 없는 아동에게 대안적 가정을 연계하는 일보다 아동보호와 퇴소 후 자립에만 관심을 갖는 편이고, 보호기간 동안 친부모와 연락이 돼 만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안전된 가족과 관계가 중요하고, 가족이 아동의 주 양육자가 되는 것이 좋다”면서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아동은 가정에서 살아야 하고, 그럴 수 없는 경우는 아동의 분리보호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면서 가정이 아동 양육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혜련 교수는 “일시대리보호시설인 그룹홈의 운영 목표를 가족이 있는 아동의 친가정 복귀와 가족이 없는 아동의 대안적 가정 연계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집 관계자는 “아동과 부모 간의 재결합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만남과 접촉 그 자체보다, 만남의 시작과 집중 시기, 빈도, 규칙성, 지속성에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친가족 보존’을 아동보호서비스의 핵심가치로 여기고, 아동과 친가족 간 연락·접촉에 힘쓰고 가족역량 강화에 힘쓴 결과 가정위탁을 종결하는 아동의 51%가 부모나 주양육자에게 돌아가 재결합했다”고 전했다.

이에 우리집은 ‘그룹홈 거주 탈북아동 친가족 보존과 대안가족 만들기 사업’을 통해 친가족이 있는 연고 탈북아동에게는 가족과의 소통기회를 제공하고, 그 가족에게는 부모상담과 교육을 수행해 양육에 대한 생각 전환과 양육기술 습득을 돕는다.

또 무연고 탈북아동에게는 대부모 연결, 멘토링 등을 활용한 지지체계를 구성하고, 새로운 대안가족의 형태로 기능시켜 퇴소 후에도 소통하고 상호 의존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홈은 4일 대안가족으로 활동할 자원봉사자들과의 첫모임을 가졌고, 8일 아동과 부모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4일 멘토로 참여한 안미진 씨는 “남한사람과 북하사람, 봉사자와 시설아동이라는 생각없이 보고싶은 마음으로 아이를 만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 8일 부모모임에 참석한 최동석 아동(가명)의 어머니는 “탈북 후 붙잡혀 북송이 된 상황에서 임신 돼 아이를 낳기 어려운 상황에 닥쳤었는데 그것을 견디고 아이를 낳아 지키고 다시 남한으로 데려온 것이 지금까지 해온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며 “하지만 지금 빚 때문에 밤낮으로 일을 해야 돼서 아이를 다시 여기에 떼어놓으려 하니 가슴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본 사업을 담당한 노혜련 교수는 “지금까지 부모님들이 얼마나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지 알게 됐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도 잘 지내려면 부모님과의 소통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지면 차츰 함께 살기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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