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및 각 지회별로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73일간 추진한 연말연시 이웃돕기 범국민 모금 캠페인(희망2015나눔캠페인)이 마무리됐다. 전국적으로도 목표액을 겨우 넘겼지만, 대구는 유일하게 목표액을 미달성했다. 대구의 미달성 이유가 지역의 기부문화 수준이 낮아서인지, 아니면 목표액이 높기 때문인지 면밀한 분석이 요구되나 1월 중순 연일 목표달성을 위해 시민참여를 독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별 관심 없어 보인다.

우선, 지역기부문화가 낮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대구는 2011년(32억) 대비 2015년(80억 2300만원) 모금목표액 증가율이 2.51배로 최근 5년간 지회별 전국 평균 1.41배에 비해 전국 최고로 높았다. 실질모금액에서도 2011년 25억 2200만원으로 목표액(32억) 대비 79%로 미달했지만, 2012년 40억 6300만원(목표 32억대비 127%), 2013년 58억 6400만원(목표 43억 1800만원 대비 135.8%), 2014년에는 79억 4000만원(목표 60억 4000만원 대비 131.4%)으로 목표액보다 매년 15억에서 20억 가까이 더 많은 모금실적을 올렸다. 2015년 올해는 80억 2300만원의 모금목표액 대비 84%인 67억 3700만원으로 곤두박질 쳤지만, 2011년대비 2015년 실적은 2.7배로 이것 또한 전국 최고로 높다(지회계 총계 1.61). 목표액과 모금액이 이 만큼 차이가 날 정도면 모금 목표를 잘 못 정했거나 모금 분위기가 좋았다 라는 것 외에는 따로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래나 저래나 목표액 선정과 모금액 실적은 객관적 근거를 갖고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이라는 비난을 면하기는 힘들 듯 하다.

둘째, 모금 목표액 선정이 객관적이지 않아 과도하게 목표액을 잡은 결과일 수 있다.

모금목표액과 관련, 대구모금회는 문서화된 기준이 따로 없으며, 전년도 모금실적을 달성한 지회는 2%, 미달성 지회는 3%를 올해 모금목표로 설정하고, 중앙회는 3.8%를 적용해 왔다고 밝혔다. 물가인상 정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대구의 경우 목표액을 미달성한 2011년 25억 2200만원의 3% 인상율을 적용하면 2012년 약 26억정도에 불과하지만 2011년과 동일하게 32억원을 잡았다. 이에 대해 대구모금회는 모금목표를 하향시킬 수 없어서 그랬다고 하지만, 2011년에 비해 2012년 모금액을 하향 조정한 곳은 서울, 대전, 경기, 충남, 제주 등 5곳이나 된다. 또한 2016년 목표액으로 미달된 기준인 3% 인상을 적용하면 69억 4000만원 정도지만, 2012년처럼 목표액을 낮출 수 없다면 또다시 작년 목표액인 80억 2300만원을 대구모금회는 제시해야 한다. 이 또한 기준이 무엇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셋째, 세월호 성금 등 특수한 상황에서 조성된 비경상적인 성금모금은 공동모금회의 정규적인 모금 현황 통계 및 모금 추이 분석 등에서 공식 제외하고 있어 재난 등 특별모금을 했을 시 이를 감안하여 모금 목표액을 조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역모금총량을 무시한 채 당초 목표대로 일방적으로 정해 시민들에게 발표했다.

되도록 많은 모금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시설에 배분하는 것은 지역민 모두가 바라는 바다. 그러나 매년 모금규모가 고속성장할 수 없으며, 모금결과는 지역경제와 모금기관의 투명성과 신뢰 등에 내외부적 요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구모금회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은 지역기부문화가 오히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올해 모금미달의 원인을 지역의 낮은 기부인식과 문화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합당치 않다. 오히려 모금회 측이 여러 환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모금 목표를 선정한 것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모금전략의 부재 등이 더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지역의 나눔자원 규모를 예측하기 위한 보다 객관적인 연구와 분석, 그리고 지역경제지표 등을 감안하여 시민들의 참여 속에 목표액을 선정할 것을 대구모금회에 요구한다. 지금까지 지역의 민간 기부 자원 총량조차 제대로 파악한 자료도 없이 그저 내부적으로 정한 지역 모금 할당액을 채우는데 급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작년대비 목표액을 할당하고 미달하면 시민들의 낮은 기부문화 탓이고,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높아진 시민의식 탓으로 쉽게 치부해 버린 것에 대해 이제 되돌아 봐야 할 때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모금회가 국세청이나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지역 나눔자원을 파악해 객관적인 목표액을 공개적으로 설정하고, 그에 맞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모금전략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주먹구구식 지역할당 모금에 동정적 여론에만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시민의 참여와 신뢰를 더 이상 높일 수가 없고 기부문화 활성화에도 역행할 수 있다. 대구모금회가 여러 모금기관 중에 하나가 아니라 법적 지위를 갖는 대표적인 모금기관이라면, 그에 걸 맞는 시민참여와 객관적인 목표액 선정은 가장 기본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대구시민은 이번 나눔캠페인에 개인당 약 3만원 정도를 대구모금회에 후원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우리는 올해 대구모금회가 모금실적을 미달성했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지역민들에게 성금을 쥐어짜내는 방식으로 감정에만 호소할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인 자료와 지표를 갖고 지역모금목표액을 정하길 바란다. 공동모금회 중앙회도 이 같은 권한을 지역모금회에 최대한 줘서 지역에 밀착된 모금목표액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박찬균 기자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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