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허술한 복지제도와 생활고 등으로 우리 지역에서도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24일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언니와 함께 살던 20대 여성이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 장기기증과 빌라 보증금 500만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송파 세모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이 여성이 죽기 며칠 전에는 동반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어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장애인복지제도의 사각지대 문제에 자살예방대책까지 전무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2월 27일에는 자폐증 진단을 받은 3살 아들과 함께 어머니가 동구의 15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어미니가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장애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생활이 여의치 않아 미루다가 투신했다고 밝혔다.

이 두 사건은 이 땅에서 장애인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현주소다.

2월25일에는 남구에서 홀로 살던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숨진 지 20일 만에 발견됐다. 이제 숨진 지 며칠 만에 발견했다는 사실은 낯선 뉴스가 아니며, 사회복지인력 부족 등 복지전달체계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2013년 4월에는 경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투신자살했고, 서구에서도 생활을 비관해 동반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뿐 아니라 비수급 빈곤층의 자살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2012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의 2.5배다. 특히 노인자살율은 세계 최고다. 그런데 노인 뿐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자살은 주요 사망원인으로, 특히 10~30대 사망원인 1위, 40~50대 2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지역간 편차도 크다. 인구 10만명 당 5년간 누적 자살률(2006~2010년)은 서울이 111.1명인 데 비해 대구는 127.5명, 경북은 154.7명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월9일 ‘건강보장정책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주요 질병의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 보고서에서 2012년 기준으로 자살로 인한 직, 간접적 사회적 손실비용이 6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제는 말로만 안타까워 할 일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와 지자체 모두 마련해야 한다. 자살하는 이유는 많겠지만, 목숨은 하나뿐이기에 자살은 막아야 한다. 단지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다면 우리보다 가난한 아프리카나 아시아 후진국의 자살율이 우리 보다 높아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빈곤 그 자체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지만, 빈곤을 다루는 사회시스템과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파 세모녀 사건 때나 발달장애인 언니를 둔 20대 여성 자살 때처럼 제도를 사전에 알았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식은 사회적 타살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빈곤층이나 복지 사각지대, 자살시도자 등 자살고위험군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대구시가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대구시가 오늘 ‘대구형 복지안정망 구축’을 위해 ‘달구벌복지기동대’를 출범시켰지만, 빈곤층의 자살예방과 복지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대책은 단편적이며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시스템과 제도개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은 반드시 막아야 함을 대구시에 요구한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박찬균 기자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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