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여성과 여성의 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기획·발주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가 연구를 수행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2014년 발표)에 따르면, 레즈비언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집단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 레즈비언 중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4.9%에 그쳤고, 미신고 이유로 65.3%가 ‘신고해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을 꼽았다.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방법으로도 레즈비언은 ‘주변 사람과 대화를 통한 인식변화(53.8%)’, ‘개인적 성공과 성취(53.0%)’ 등 비교적 사적인 관계 내에서의 제한적 실천을 꼽을 뿐 ‘선거·정당 참여 등 정치활동’을 선택한 비율은 4.7%에 불과했다. 이는 다른 성소수자 그룹과 비교할 때도 가장 낮은 수치다.

즉 레즈비언은 다른 성소수자 그룹과 비교하면 더 많은 폭력과 차별을 경험하면서도, 이를 변화시킬 공적·정치적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이다.

같은 연구에서, 트랜스젠더는 한국사회가 살아가기 ‘매우’ 또는 ‘별로’ 좋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다(94.5%).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보수적이라고 응답한 트랜스젠더는 19.7%로 다른 집단에 비해 조금 높았다. 지지 정당을 보면, 새누리당이 10.8%, 야권 정당(민주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25.9%이고, 63.3%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해, 역시 사회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정당정치를 선택하는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가장 중요한 정책적 이슈로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변경을 위한 법률(63.8%)’과 ‘트랜스젠더와 간성의 의료적 조치에 건강 보험 적용(56.6%)’, ‘차별금지법 (40.2%)‘, ‘고용 지원과 상담(26.2%)’ 등을 꼽았다.

녹색당은 우리 사회 성소수자 여성이 경험하는 무력감과 정치 불신에 심각한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느끼며, 트랜스젠더·간성 그룹의 높은 정책적·정치적 변화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보편적 인권을 넘어 생활정치·다양성 정치·녹색정치를 통해 소수자와 생명과 자연을 옹호’하는 녹색당은, 강령에 ‘권위주의와 가부장주의, 남성중심 문화에서 탈피해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 차이가 차별과 권력을 만드는 문화를 단호히 거부’ 한다고 명시한 정당이다.

여성의 권익과 평등실현을 위해 헌신해 온 이들을 기리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인권특위는 녹색당이 ‘성소수자가 정당정치 하기 가장 좋은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당 안팎에서 분투할 것이다.

이주여성과 여성의 날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광장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를 기념하며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 지도 한 세기 이상이 흘렀다. 그러나 한 세기 전 여성 노동자들의 외침이 주는 메시지는 여전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과거와 견주어 여성 권익 신장의 진일보를 이룬 측면이 있으나, 아직도 수많은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이주여성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주여성들은 여성으로서뿐 아니라 이주민으로서, 이주노동자로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이 갖는 의미는 단지 성 평등 호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여성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사회로의 이행은, 이주민들을 포함한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녹색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3대 주요정책, 7개 세부정책으로 구성된 이주민 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정책도 구체적으로 포함 돼 있다. 또한, 당 대의원 총수의 10%를 이주민을 포함한 소수자로 구성하며, 이주여성 대의원 선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녹색당은 우리 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더욱 활력 있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주여성들을 위한 정치적 관심과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여성과 여성의 날

한국에서 여성으로 그것도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여성’이라는 굴레, 그리고 ‘장애’라는 굴레 속에 갇혀 이중적인 차별을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여자다움’이라는 잣대를 들어 재단하고 평가하듯, 장애인들에게는 주변부로 멀어져 목소리를 잃고 살아갈 것을 폭력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한국 장애 여성들에게 ‘보이지 않고 들을 수도 없는 존재’, ‘감정 따위는 없는 존재’로 그저 조용히 살아가기를 요구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지하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세계 여성의 날’ 선포 107주년이 되는 오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그리고 장애 여성의 인권을 한 번쯤 되돌아보길 바라며, 장애 여성들이 마음껏 욕망하고 분노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

녹색당은 성소수자·이주민·장애인 인권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한국 사회의 장애 인식 개선과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며, 특히 여성 장애 인권 신장을 위한 활동과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15년 3월 6일

녹색당 성소수자·이주민·장애인 인권특별위원회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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