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015년부터 유치원 과정을 제외한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급에 있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개별화교육계획을 네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들 중 일부를 각 교육청별로 선발하여 연수를 진행하였으며 올 3월 초 각 교육청의 전체 특수학급 교사들에게 전달 연수를 실시했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개별화교육 전산화 정책을 심히 우려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별화교육 전산화 정책에서 과도한 정보 집적 문제와 보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개별화 교육 네이스 사용자 매뉴얼에 의하면 개인 신상 정보, 진단 평가 자료, 지원이 필요한 영역의 현재 수준과 목표, 학기별・월별・주별 교육 목표 및 평가, 관련 서비스에 대한 시작일・종료일・책임자 및 담당교사・장소・일정・특기사항 등을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학생 뿐만 아니라 보조인력, 특수교사는 물론 통합교사 등, 특수교육대상자 개개인의 교육적 지원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야 한다. 또한 개별화교육계획의 승인표는 별도의 이미지 파일로 변환해서 올려야 한다. 지나치게 과도한 정보가 집적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보안의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보안에 있어 안전하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현장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조차도 해킹을 당하는 처지에 네이스의 보안이 뚫려 민감하고 소중한 정보들이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둘째, 교육과정에 대한 몰이해와 개별화교육계획의 획일화로 인한 교육과정 및 개별화교육계획의 질적 수준 하락을 우려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규칙 제4조(개별화교육지원팀의 구성 등)에서는 "③개별화교육계획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인적사항과 특별한 교육지원이 필요한 영역의 현재 학습수행수준,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계획 및 제공할 특수교육 관련서비스의 내용과 방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개별화교육계획은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를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한 접근이라기보다는 특수교육대상자 각각에게 최적의 교육환경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영역별 계획으로, 부모・통합교사・특수교사・특수교육대상자・관리자 등 특수교육대상자를 지원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합의가 담긴 문서다. 또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개별화교육계획의 양식을 법적 차원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요구와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양식을 강제하지 않고 필요한 내용만 명시하여 자율적으로 작성,  활용하게 하려는 취지이다. 
  
또한 일반학교에 배치된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공통교육과정을 적용할 수도 있고 기본교육과정을 적용할 수도 있도록 각 시도교육청 특수교육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개별화교육 전산화 정책은 공통교육과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도록 만들어졌다. 공통교육과정으로 교육적 지원을 할 수 없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고등학교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직업교육이 중요한 영역이지만 공통교육과정에는 직업이라는 과목이 없다. 또 다시 특수교육대상학생과 부모에게 상처를 주려는 것인가? 교육부의 이번 개별화교육 전산화 정책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과 교육과정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정책이다. 

셋째, 정책에 대한 소통에 문제가 있다.

연수를 받은 특수교사들조차도 개별화교육 전산화 정책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수교사만 그러한 게 아니다. 학부모들 역시 왜 네이스에 내 아이의 소중한 정보들을 입력해야 하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이 정책은 현장교사나 장애학생 당사자, 장애학생 부모들과 함께 하는 공청회 한 번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었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법령도 개정하지 않고 특수교육주체들과 단 한 번의 공청회나 협의도 없이 개별화교육계획 전산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인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답하라.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정책 부작용에 따르는 책임을 특수교육 현장에 전가시키고 있다.

모든 학교는 3월내로 개별화교육지원팀을 꾸려서 개별화교육과 관련된 협의를 마치도록 강요받았다. 교육부는 지난 연수 중 개별화교육계획을 네이스에 입력하는 것을 학부모가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현장 교사의 질문에 대해, 가급적 학부모를 잘 설득하여 개별화교육을 네이스에 입력하도록 유도하고 그래도 반대하면 서류로 보관하도록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교육청 평가 시 개별화교육의 네이스 입력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선택 사항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의무로 무겁게 받아들이게 했던 것이다. 사실상 강제적 입력이나 다름없으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학부모와 교사 간의 갈등은 고스란히 특수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또한 학부모가 동의하면 네이스에 입력하고, 미동의시에는 별도 서류로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의 감수도 현장의 몫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교사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교육부는 개별화교육계획의 전산화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개별화교육이란 특수교육 대상자 개인의 장애 유형 및 장애 특성을 고려하여 교육 목표, 교육 방법, 교육 내용, 관련 서비스 등이 포함된 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이 계획에는 장애학생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으며, 이 정보들을 기반으로 교사는 장애를 가진 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원 내용을 유지하고 향후의 교육적 지원 사항을 결정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개별화교육계획을 서류 등으로 관리하는 이유인 것이다. 개인에 대한 민감한 정보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므로, 교육부가 애초에 개별화교육의 전산화 정책을 고려할 때에는 예상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신중히 검토했어야 한다.

교육부는 일부 특수학교 등에서 이미 개별화교육을 전산화시켜 관리했던 점을 들어 우리의 문제 제기가 새삼스럽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는 선택사항으로서 일부 특수학교에 국한된 문제였다면, 지금은 선택사항으로 가장한 의무사항으로 둔갑함에 따라 전체 특수교육의 문제로 대두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개별화교육의 전산화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 답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한다. 또한 중요 정책을 도입할 때에는 관련 단체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것과, 관련 법률 개정 등을 통해 법적 요건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당연한 절차는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의 과제이므로, 책임을 방기한 부서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법적 근거도 없는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실적을 교육청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던 업무 담당자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개별화교육의 전산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

2015년 4월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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