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은 세계 치매의 날이다.
지난달 서울시 치매노인종합상담센터는 21일부터 28일까지 '치매가족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제1회 치매주간 행사를 진행했다. 8일간 계속된 이번 행사는 주제처럼 치매가족 자조모임과 치매가족이 환자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체험, 교육, 전시회등 치매가족과 치매환자 모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자리로 마련됐다.

경로의 달, 노인의 날에 노인당사자의 문제를 제껴놓고 왜 치매가족 이야기를 꺼내냐 하면, 치매환자의 문제는 결국 치매가족의 문제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취재 차 현장에 나간 기자에게 관계자는 "치매노인을 돌보기 위한 제도적 마련도 많지 않지만 그 부양가족이나 수발자들에게는 혜택이 전무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치매가족들의 모임에 나가보면 치매환자의 얼굴은 밝은 반면 부양자의 얼굴은 그늘진 경우가 많다. 기억이 지워진 쪽이 어쩜더 행복할수도 있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말이다.

같은 날 열린 세미나에서 한 교수는 5년이상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는 사람이 있냐는 즉석 질문을 던졌고 한 참석자가 손을 들자 그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박수받을 만큼 대단히 훌륭하다는 이유에서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꽤 여럿이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수발하다 50이 넘어 병을 얻거나 건강이 극도로 쇄약해진 경우가 많다. 그들 중 대부분이 신경성 투통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간혹 뭐가 제일 필요하냐고 물으면 "몇 달이라도 좋으니 형제끼리 돌아가며 모시고 싶다"라는 탄식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부모 모시기를 거부하는 불효자식이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치매 환자의 경우 가장 문제되는 경우가 신체가 건강하고 뇌질환은 계속해서 악화되는 경우다. 부양자가 잠시라도 눈을 땔 수 없을 만큼 많은 문제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강의를 진행하던 그 교수는 강의 중간을 넘어서며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건냈다.
"완벽한 간호자와 부양자는 없습니다. 제발 누군가의 도움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필요로 하세요."

간호는 대게 며느리나 딸, 아내같은 여성들이 도맡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대개 여성들이 전업주부였기 때문이며 도맡아서 하는 이유는 경험을 쌓은 사람이 보다 처신을 잘하고 노인과도 친해진 까닭이라고 전했다. 이때, 간호하던 여성이 쓰러지거나 병이 났을 때 가족은 다시 한번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부양자는 늘 충분한 수면과 영양공급, 1주일에 회 정도는 환자를 돌보는 일 이외의 사회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강의하던 교수의 말과는 어느정도 괴리가 존재한다. 이유는 수발자들은 그들 스스로를 환자에게 잠시라도 해방시킬만큼의 여유가 없고, 그렇게 하기엔 너무 많은 비용과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단기 보호의 경우도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제공되기보다는 기초생활수자나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또한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보호할 수 있는 환자의 조건이 까다로워 조건에 딱 맞는 곳을 찾기도 어렵다. 결국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못한 평범한 중간계층은 스스로의 몫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다. 

교수는 강의를 마치며 부양자를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치매질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울 것, 이 상황을 혼자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것, 가족과 친구들에게 그들이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 할 것, 몸이 안 좋으면 바로 의사의 도움을 받고 영양섭취나 휴식 운동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지킬 것.
우리나라 치매환자 전체를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면 가족이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부양가족을 위해서도 더 낳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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