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98년 치매노인 실태조사 및 관리대책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치매인구가 급증해 95년 치매 유병률은 65세 이상 노인 중 8.3%이지만 2020년에는 이보다 0.7%포인트 늘어난 9%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치매는 병이 진행될수록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치매인구의 증가는 결국 치매환자를 부양하고 돌봐야 하는 부양가족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급 물살을 타고 있는 최근 들어 그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을 뿐 여전히 노인문제, 치매환자문제를 가정사, 혹은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일들로 치부해 버리고 만다. 전문가들은 치매의 완치는 어렵지만 얼마간의 노력을 통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본지에서는 경로의 달을 맞아 치매란 무엇이며 증상을 완화시킬 요인들은 어떤 것이 있고 부양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치매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들

치매는 병이 진행될수록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치매인구의 증가는 결국 치매환자를 부양하고 돌봐야 하는 부양가족의 부담으로 연결된다.<사진/송파노인전문요양원>

치매란 사람의 정신능력과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실을 말하며, 어떤 사람의 일상생활 장애를 가져올 정도로 충분히 심할 때 치매라고 한다. 즉 치매는 그 자체가 어떤 활동을 이야기하는 진단명이 아니라 단지 특정한 증상들이 나타나서 어떤 기준을 만족시키는 경우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증후군(증상복합체)이다. 치매는 주로 노년기에 발생하게 되며 인지 기능 및 정신기능의 상실로 가정적 혹은 사회적 문제가 자주 발생될 뿐 아니라 진행속도가 발전하게 될수록 타인의 도움을 반드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결국 사망으로까지 연결되곤 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약 8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들중 가장 대표적인 5가지 원인이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성 치매, 혈관성 치매, 파킨슨 병, 루이 소체 치매이다.

△알츠하이머병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많은 질환들 중에 가장 흔한 것이며, 첫 번째 증상은 아주 가벼운 건망증이고, 그 이후에 병이 진행하면서 언어 구사력, 이해력, 읽고 쓰기 능력 등의 장애를 가지고 오게 된다. 시공간 기능의 저하로 처음 생소한 장소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중기를 넘어서면 익숙한 장소에서도 길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전두측두엽성 치매
초기에는 기억장애가 먼저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행동 이상이나 성격의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노상 방뇨를 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등 주변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며 성욕이나 식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탈 억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혈관성치매
치매의 원인들 중에서 두 번째로 흔한 것아 혈관성치매다. 혈관성치매는 뇌혈관들이 막히거나 좁아진 것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거나, 반복되는 뇌졸중(중풍 또는 풍)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뇌 안으로 흐르는 혈액의 양이 줄거나 막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치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가끔 인지능력이나 정신능력이 조금 나빠졌다가 그 수준을 유지하고 또 갑자기 조금 나빠졌다가 유지되고 하는 식의 단계적 악화의 양상을 보인다.

△파킨슨병
파킨슨병의 환자들 중 30∼40% 정도는 파킨슨병의 말기에 치매의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파킨슨병은 몸과 팔, 다리가 굳고 동작의 어둔함, 주로 가만히 있을 때 손이 떨리는 안정 시 진전, 말이 어눌해지고 보폭이 줄고 걸음걸이가 늦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며, 또 반대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일부는 병이 진행하면서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루이소체 치매
근래에 들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특수한 치매다. 알츠하이머병의 증상과 매우 유사한 치매 증상을 보이게 되지만, 루이 소체 치매는 그 병의 진행 양상이  알츠하이머병과는 다르고 인지 능력장애의 심한 변화를 보이면서 간혹 의식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루이 소체 치매에 걸린 환자들은 또한 환각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그로 인하여 환자들은 환각으로 보이는 것이 실제인지 또는 환각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치매노인들에 관한 잘못된 오해

△계속해서 음식을 먹으려함
치매가 진전되면 치매 환자의 사고력이 어린아이 정도로 저하되며 기억력이 감소되어 자기가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때 부양자들이 가장 쉽게 저지르는 실수가 '먹었는데도 또 드시려고 한다'는 핀잔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환자의 기억력이 감소돼 그렇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하고 노인이 음식을 계속해서 요구할 시에는 뻥튀기, 오이, 당근 등 먹기 쉽고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작은 접시에 담아 준 뒤 다음 먹을 시간을 계속해서 알려주는 방법이 좋다. 달력에 아침식사를 했다는 표시를 노인스스로 할 수 있게 배려한 뒤 노인이 식사를 요구하면 함께 달력을 보며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대소변장애 및 실금
환자가 대소변을 실금하는 이유는 괄약근이 약해져서 이거나 신체거동이 불편해 화장실까지 갈 수 없거나, 화장실을 열고 닫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도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에 혼자 일을 해결하려다 실수를 범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선 노인의 행동을 보고 노골적으로 혐오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바로 기저귀를 채우는 것은 노인의 자존심을 더욱 상하게 할 뿐 아니라 피부염과 욕창등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는 화장실을 알기 쉽게 큰 글씨로 표시하고 변기가 눈에 보이도록 문을 열어두는 것도 좋다. 또한 손잡이 지지대, 미끄럼 방지등과 같은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환자 스스로 좌변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좋다.

△수면장애
치매환자는 밤과 낮을 구별하는 뇌의 기능이 장애를 일으켜 밤에 잠들기가 어렵고 깊은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불면이 되기 싶다. 따라서 낮 동안에는 가능한 잠을 자지 않도록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계획하고 일어나 배회하면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물어 환자의 요구사항을 참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실은 배회하는 환자가 너무 어둡지 않게 항상 은은한 조명을 켜두는 것이 좋으며 환자가 자기 전 미지근한 우유를 마시게하고 조용한 음악을 듣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잠에서 깨어난 환자가 무서워하거나 혼돈상태를 보이면 친근한 사람이 같이 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양자에 대한 서비스 절실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박연환 교수는 "치매 환자 가족이나 부양자는 일상적인 생활 능력의 상실로 인한 24시간 보호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환자가족들이 받는 정신적인 고통이나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치매환자들을 돌보는 경우가 신체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돌보는 것보다 훨씬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다"고 전했다.
특히 치매노인들의 배회, 망상, 대소변, 실금, 공격적 행위등은 가족이나 간호자에게 끊임없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긴장을 제공함을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까지도 희생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족 전체의 생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거나 스트레스를 제공해 구성원간의 갈등을 조성하기도 한다 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치매의 완치는 어렵지만 얼마간의 노력을 통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콩고르기를 하며 치료받고 있는 치매노인들 <사진/송파노인전문요양원>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치매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치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반드시 환자와 더불어 주부양자에게도 주어져야 하며 가족의 부담감을 인식하고 가족 지향적 치료와 위기 관리 및 다양한 공공 건강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치매환자를 부양하거나 돌보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어떤류의 도움일까?
박연환 교수의 '치매가족의 요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98.4%가 치매 관련 정보 및 보호자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했다. 치매상담전화를 이용한 이들의 97.6%가 '도움이 되었다'라고 응답했으며 치매가족 모임을 갖고 있는 부양자들의 경우도 93.6%가 도움이 된 것으로 대답했다.

일 예로 송파구에 위치한 치매노인상담센터의 치매가족자조모임 회원들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해하는 부분도 많고, 정보도 얻으며 때론 용기를 얻어 갈때가 많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상담센터 관계자도 "자조모임을 계속해서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도 치매환자에 대한 부양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하고자 하는 치매관련 프로그램에는 보호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치매성 노인 장·단기 보호를 위한 서비스를 가장 많이 선호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의 치매연구 및 치료 기관의 설치운영과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인식변화를 원했다.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권중돈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제도에서 치매가족은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의무수행을 강요당하는 반면 수혜자로서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한된 치매노인 보호대책과 가족지원대책이라는 현재의 여건 하에서 치매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 제시했다.

△치매가족에 대한 지역단위의 재가서비스 도입
노인수발보험제도가 실시될 경우 가정수발과 목욕수발, 간호수발, 주·야간보호, 단기보호등의 재가서비스에 대한 현물급여와 가족수발비라는 현금급여가 이뤄지게 돼있다. 하지만 경도 인지장애나 초기치매환자의 경우에는 급여대상에서 제외됨으로 이들 환자를 부양하는 가족에 대한 서비스가 제한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부양자휴식서비스, 부양자에 대한 건강지원서비스, 자녀교육지원서비스등의 재가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치매가족의 권익옹호를 위한 사회행동 전개 요구
지역사회에서의 치매환자 인식제고나 부양가족의 권익보장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옹호활동이 전개돼야 한다.

△치매가족을 위한 정보 및 상담서비스 강화
치매가족의 경우 많은 심리, 사회적 부담을 경험하기 때문에 상담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지만 치매전문상담기관에서 전문상담을 받는 경우는 적다. 따라서 치매가족을 위한 대면상담, 전화상담, 인터넷상담, 가족치료등 치매전문 상담 서비스의 확대와 가족교육 및 자문, 치매가족에 대한 시설정보, 수발보험 급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보서비스와 시설 의뢰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치매노인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환자개인의 문제와 환자를 돌보는 부양자의 문제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부양자보다는 치매환자에게 더 많은 초점이 맞춰졌고 2008년 시행예정인 노인수발보험제도 역시 경증의 치매환자에게는 혜택이 미비해 부양자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부양가족의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노인을 돌보기 어렵기 때문에 시설입소에 대한 욕구는 크지만 정부가 구축하고 있는 시설 인프라 역시 입소비용과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아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일반 가정에서는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사회적 서비스 혜택이 치매환자와 함께 부양자에게도 주어질 때 노인수발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다.

서희정 기자 hans@bp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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