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좋았던 소년, 역도로 꽃을 피우다

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팀 ‘에이스’ 안동수(30 강원도장애인체육회) 선수는 태어날 때부터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미숙아였기 때문인데, 인큐베이터에서 나올 무렵부터 눈에 초점이 없었다고 한다. 선천성 백내장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잔병치레도 많았고, 앞이 보이지 않아 고등학교 때까지 업혀서 학교를 다녔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운동이 좋았다. 축구선수가 꿈이었지만, 시각장애를 안고서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단념했다. 대신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거나, 동네 뒷산에 오르는 식으로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보디빌딩을 만난 건 고1 때였다. 헬스클럽에서 바벨을 들며 근육이 나오고 몸이 커지는 게 느껴지는 것이 재밌었단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다. 잔병치레도 없어졌고, 날로 몸이 탄탄해졌다. 강원도민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땄고, 전국체전에도 출전했다. 2004년 미스터 강원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학도 보디빌딩 특기생으로 진학했다.

역도는 스물 세 살이던 2008년, 춘천에 있는 시각장애특수학교인 명진학교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다. 몸을 키우기 위해 바벨을 들었던 보디빌딩과 달리 들어 올리는 중량이 중요한 역도가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지만, 점차 한계를 극복해가는 성취감이 있었다.

이미 보디빌딩으로 다져진 몸이라 역도 실력 역시 좋았다. 2013년 광주에서 열린 장애인전국체전에서 스쿼트 금메달, 데드리프트 동메달, 종합 은메달 등 3개의 메달을 휩쓴 안 선수는 이번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국가대표 선발전도 뛰어난 기량으로 통과했다.

헬스클럽-경로당-안마시술소, 시각장애인 운동선수에겐 높기만 한 현실의 벽

누구보다 기량이 뛰어난 안 선수지만 첫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생계유지는 역도선수 안 선수에게 항상 숙제였다. 대학도 졸업했고, 나이는 차는데 마냥 운동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후에는 경로당에서, 밤에는 안마시술소에서 안마사로 일했다. 새벽까지 일한 뒤 쪽잠을 자고 오전에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하고, 다시 경로당과 안마시술소로 이어지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운동은 해야 되는데, (먹고 살려면)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이 힘들다. 더 이상 부모님께 의지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 내 가정을 꾸려야 하는 시기도 다가오기 때문에 운동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며 “정말 힘든 순간이 많지만 ‘그래도 운동은 해야지’라는 생각이다. 운동은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지만 현실이 너무 힘들다. (시각장애인들이)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시각장애인 역도국가대표 안동수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첫 태극마크, 준비된 이변을 기대하라

안 선수는 역도팀 내 유일한 메달 후보다. 준비기간은 짧았지만 내심 이변을 노리고 있는 대표팀 박근영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안 선수에게 체중감량을 지시했다. 기존의 체급보다 한 체급 낮춰 출전하면(75kg→67.5kg) 더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 해보는 체중감량이 너무 힘들어 처음에는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2주간의 합숙훈련을 마친 현재 컨디션은 정상궤도에 올랐다.

안 선수는 “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슬럼프가 옵니다. 이번엔 슬럼프랑 체중감량의 시기가 겹쳐서 정말 힘들었습니다”며 “최대한 머릿 속을 비우고, 코치진의 지시대로 따라가다보니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하며 박 감독과 코치진에 깊은 신뢰를 보여줬다.

지난 4일 대표팀 자체 최종평가 기록회까지 무사히 마친 안동수는 8일 대회가 열리는 서울로 이동, 결전의 장소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역도경기장에서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안 선수 뿐만 아니라 5명의 대표선수 모두(문광식, 김근철, 이경균, 이진우) 고된 합숙훈련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냈기에, 이제는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일만 남았다.

“물론 우승하면 좋겠지만, 너무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일단 최선을 다하고 싶다.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될 것도 안 된다. 그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편하게 마음먹고 연습한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 나오지 않을까 싶다.”

역도는 그 어떤 종목보다 스스로의 노력과 고통에 따라 정직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동안 일과 운동을 병행하며 구슬땀을 흘렸던 안 선수가 오는 12일 첫 세계대회에서 힘차게 비상하길 기대한다.

※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역도종목 경기일정

- 시간: 11시~

- 장소: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역도경기장

- 요일별 일정

· 11일(월) 여자 체급별 결선

· 12일(화) 남자 56kg급~82.5kg급 결선(67.5kg급 문광식 안동수, 75kg급 김근철 출전)

· 13일(수) 남자 90kg급~125kg이상급 결선 (90kg급 이경균, 110kg급 이진우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