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사회복지사업법 제정돼야

현재 성람재단 등 사회복지시설의 비민주적 운영과 인권침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민주이사진의 구성과 시설의 공익성이 강조됐다.

현애자 의원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사회복지시설민주화와공공성쟁취를위한전국연대회의, 성람재단비리척결과사회복지사업법전면개정을위한공동투쟁단은 2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존 사회복지사업법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법의 기본적인 정의, 사회복지법인의 공익성을 강조하며 개방형 이사진 구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며 생활시설 경험자를 통한 시설비리의 심각성도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주대 사회과학대학 윤찬영 교수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방향과 법률안에 대해 발제를 맡은 전주대 사회과학대학 윤찬영 교수는 "올바른 개정방향은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국가책임의 강화와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한 권익옹호, 사회복지사업의 전문성 및 책임성 제고, 사회복지사업 주체의 다변화를 통한 경쟁체재 도입"이라고 설명하며 "이 개정안에서는 목적 규정에 생존권 보장을 명시하고 사회복지시설 신고제를 도입, 사회복지위원회의 권한 강화,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의 국가고시, 사회복지시설 상시 종사자의 5분의 2이상을 사회복지사로 채용해야 한다"고 개정취지와 주요내용을 전했다.

특히 윤 교수는 사회복지시설의 공익성과 비영리단체임을 강조하며 비영리라는 단어는 비리와 영리를 더한 단어가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며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 비리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백선익 조사관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에서 "사회복지법인·시설의 공익성이 강조돼야 하며 사회복지법인의 감동 강화가 필요하다"며 "사회복지사업 종사자들은 법은 최소기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법·제도와 정책 목표가 사회복지서비스 수혜자들의 관점에서 견지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장에서 시설운영에 대한 감독이 공급자위주로 이뤄져 안타깝게 생각되며 이는 시설생활인이 만족하지 못한 법인이나 시설의 존재이유, 그에 대한 감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외 토론문으로 대신한 민중복지연대 강병로 씨는 "전반적인 개정이 아닐지라도 현상적인 부분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사회복지사업법은 처음부터 과학적인 설계와 계획에 의해 제정되었다기보다는 그 상황의 필요에 따라 개정됐다"며 "전반적인 방향, 일관성, 체계성, 포괄성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사회복지법인은 2006년 현재 약 1700여 개로 대부분의 관리 기능은 지자체에 위임되고 그에 대한 최종감독의 권한은 보건복지부에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정이 정립되지 않아 지원·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사회복지법인의 설치, 관리, 감독에 대해 정부 및 지자체의 역할 및 권한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구분하는 합리적인 제도 정비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생활시설 경험 당사자 박정혁 씨

나는 자립생활 3년 차의 중증장애인이다. 7년 간의 장애인생활시설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난 학령기 때 중증장애인이란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2주 전 장애인교육권연대 주도로 서울시 교육청을 점거했을 때 그곳에서 중증뇌성마비 자녀를 둔 한 아버지를 만났다.

그 아버지는 내게 자신도 뇌성마비 아들이 있는데 아들이 워낙 중증이라서 학교에 보내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듯 아직도 우리나라의 중증장애인들은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골방에 쳐박혀 지내는 장애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가 늙고 병들게 되면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은 장애인생활시설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국가는 장애인복지 문제를 장애를 가진 개인과 그 가족들에게 떠넘기고 있으며 지역사회 또한 장애인들이 살아가기 위한 환경 조성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것이 소위 말하는 사회복지시설이란 곳인데 특히 장애인생활시설은 범죄자들을 가둬 교화하는 교도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교도소가 요즘은 훨씬 인권이 보장된다고 한다. 교도소는 그나마 형량이 있어서 형기가 끝나면 나올 수 있지만 장애인생활시설은 그것마저도 없고 한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살아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우리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받아들여 함께 살만한 환경조성 투자에 아주 인색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된다니 참 반가운 일이다. 나는 생활시설 경험자로서 개정의 방향을 시설생활인 입장에서 그들이 시설 안에서 존엄한 인권이 보장받고 더 나가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는 '소가 등을 긁을 수 있는 언덕'의 역할을 요청하고 싶다. 그런 역할들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구조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바란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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