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에 거주하는 한 주민(박○○ 씨, 만63세)은 중동에서 낙타고기를 섭취한 바 있지만,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심지어 곧 미국을 방문할 만큼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낙타 접촉 유의’ 따위를 내세웠던 정부의 메르스 대책이 누리꾼들의 야유와 풍자를 받고 있다. 그간 확진 환자는 35명으로 늘어났고 격리대상자도 1364 명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정부가 자가격리된 것은 아닌가 탄식이 든다.

우리가 메르스에 대해 유념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메르스는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이 없다. 사후대책에 의지할 수 없으므로 ‘미리 조심하자’는 사전주의가 제1의 원칙이 돼야 하고, 의료적 예방이 불가한 탓에 사회적 예방에 철두철미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메르스에 관한 정보가 얕다. 특히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는 공기전염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몇몇 언론과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2년 전 메르스 바이러스를 발견한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는 공기전염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공기전염을 기정사실로 할 수도, 기각할 수도 없다. 이런 경우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 종합하자면, 우리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위험을 가져올 여러 가능성을 회피하지 말고 모두 꼼꼼히 짚어 대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응 수준을 격상하라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요구는 타당하다. 물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2014.12)의 감염병 위기 정보 수준별 대응 방향에 따르면, 메르스는 지역사회 전파 단계에 도달하지는 않았기에 대응 방향은 ‘경계’가 아닌 ‘주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종 전염병’의 불확실성 그리고 그만큼의 공포를 참작하면 공공의 대응은 다소 앞서나갈 필요가 있다. 대책기구의 규모와 역할도 강화하고 이를 청와대가 총괄하거나 그도 아니면 최소한 총리실 산하에 두어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드려야 한다. 발생 병원 및 지역 명단 또한 무작정 비공개를 고집할 것이 아니다.

민간 괴담과 달리 권력의 은폐나 거짓말은 처벌하기도 어렵다. ‘성공한 쿠데타’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에 남기는 상처는 흉터로 남고 그 후과는 정부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미 대한민국 정부는 영국 정부의 광우병 백서에도 나오는 내용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나아가 성난 시민들에게 물대포까지 쏘아댄 ‘전과’가 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여러 사안에 걸친 불안과 불신이다.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한국인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메르스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전자 구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기와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공공의 대응 자세다. 결국 문제는 정치다.

2015년 6월 4일

녹 색 당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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