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6월 2일, 제16회 퀴어문화축제의 안전한 개최를 위한 인권시민사회정당 긴급 기자회견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진행됐다. 서울남대문경찰서와 서울지방경찰청 두 곳 모두 퀴어퍼레이드의 ‘거리행진’을 금지한다는 ‘옥외집회금지통고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주요도시 주요도로에 해당하기에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것’이 명백하다는 것과 ‘행진로의 일부가 선신고된 단체의 행진로 및 장소와 경합이 되며, 중복되는 집회와 동시 개최 시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의 논리라면 집회와 행진은 오로지 주요하지 않은 도시의 주요하지 않은 도로만 가능한 것인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퀴어문화축제는 주요 도시인 ‘서울’의 중심지에서 15년 동안 무리 없이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거리행진인 퀴어퍼레이드 역시 서울의 중심가인 종로, 청계천, 신촌 등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이어져 왔기에 경찰 측의 이러한 행진금지 통고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와 혐오를 일삼아오는 반(反)성소수자-보수개신교세력의 집회신고로 행진로의 일부가 중복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2014년에는 반(反)성소수자-보수개신교세력이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혐오와 폭력을 가했고, 퀴어퍼레이드 순서에는 의도적으로 합법적 행진을 막는 행위까지 서슴없이 했다. 이것은 평화롭게 그리고 순서대로 진행되던 행진을 오히려 혐오세력들이 ‘방해’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아주 미온적인 반응만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이들 혐오세력은 이와 비슷한 행위들로 곳곳에서 꾸준히 '방해'했다. 그런데 지금의 경찰이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중복되는 집회와 동시 개최 시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행진을 불허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립’을 지킨다는 이름으로 지금의 경찰은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반(反)성소수자-보수개신교세력을 지켜주고 있다. ‘중립’은 무엇인가? 양팔저울이 있을 때 한곳의 무게가 너무 무거울 경우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무게가 덜 나가는 곳으로 힘을 주어야 양쪽은 비슷한 무게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립은 무조건 가운데에 있는 것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권력과 자본의 중심에 가까이 있지 않은 이들과, 누군가에 대한 차별과 비난을 일삼고 권력과 자본의 중심에 있는 이들, 그 사이에 서있는 것만이 중립이 아니다. 진짜 중립은 여기에서 어떤 곳으로 함께 힘을 모아 무게 중심을 가운데로 맞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곳으로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사람을 존중하며,

성소수자의 아름다운 사랑과 행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차별에 저항하라!”

2015년 6월 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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