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6일 ‘국가사무의 민간위탁 업무 관리실태’에 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는 제 사무를 민간단체에 무분별하게 위탁하고 민간은 국가에 유착해 이권을 따내며 위험과 부담,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실시된 이 감사의 배경은 감사원 스스로 밝혔듯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국가사무인 선박검사를 위탁받은 민간기관(한국선급)의 부실한 업무수행이 지목된 데 있다.

하지만 감사 결과 여전히 안전사고의 가능성은 민간위탁된 국가사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예컨대 문체부는 유기시설과 놀이기구의 안전성 검사를 기술인력이 부족한 단체에 위탁했다.

또 노동부는 위험 기계 안전검사 사무를 사업장 안전관리를 대행하는 단체에 위탁했다. 감독의 대상이 감독의 주체를 겸하는 이런 공간은 그야말로 ‘안전의 사각지대’일 것이다.  역시나 특정 단체가 권리를 독점해 특혜를 챙긴 사례도 빠지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정부관리 양곡 중 가공용 쌀의 판매 및 부정유통 점검 사무를 특정 협회에 위탁했다. 양곡관리법에 민간위탁 근거가 없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이 결과 해당 단체는 매입업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여러 업체를 자단체에 가입시키고 배정물량을 기준으로 회비 명목의 수수료를 챙겼다.

한편 옛 해양경찰청(현 국가안전처)은 수상레저안전협회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는 등 민간 영역을 조종했고, 이 단체에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면제교육과 안전검사를 위탁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우선권 ‘알박기’에서 유착한 해경과 언딘이 떠오른다.  

이러한 종류의 민간위탁은 민주화나 시민사회의 성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국가는 얼핏 업무에서 손을 떼는 듯 보이면서도 특혜를 배분하는 권력은 교묘히 틀어쥐고 있고, 특혜를 배분받은 민간단체는 공정경쟁이나 시장질서까지도 어지럽힌다. 간접고용과 불안정노동은 확산된다.

흔히 ‘민영화’라 불리는 공공부문의 사유화 또는 사영화와 별 차이가 없다.

 ‘정부조직법’과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은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지 아니하는 사무”라며 민간위탁 가능 사무를 추상적으로 제한하면서도, ‘단순 사실행위인 행정작용’, ‘공익성보다 능률성이 현저히 요청되는 사무’, ‘특수한 전문지식 및 기술이 필요한 사무’, ‘그 밖에 국민 생활과 직결된 단순 행정사무’ 등으로 민간위탁의 기준을 너무 넓게 정의하고 있다.

감사원은 각 부처에 재발 방지책을 보냈다지만, 이제 민간위탁은 근본적, 총체적, 심층적으로 혁신돼야 한다.  

깊은 책임감과 높은 공공성을 요하는 사무가 민간단체에 위탁되는 것 자체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또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기업이 직접 해야 할 일은 직접 수행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독점사업에 해당하거나 그에 가까운 사무, 민간의 이해관계자가 끼어들면 안 되는 업무가 특히 그렇다.

민간에 위탁하기로 한 사무의 경우에는 수탁기관의 적격성과 업무 이행 실력, 사회 공헌도를 꼼꼼하게 진단하며, 특정 단체가 수탁 기회를 부당하게 독점하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예전 녹색당 소속의 지방의원들은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민간위탁 조례 개정안’을 발의해 이정표를 남긴 바 있다.

녹색당은 변함없이 국가 및 지자체의 민간위탁 정책을 혁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5년 6월 16일 녹 색 당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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