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구직자가 도우미의 안내를 받으며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주관한 2006 어르신일자리박람회가 17일과 18일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개최됐다. 길게 늘어선 행렬이 눈에 띌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으며 약 412개 업체가 참석, 약 3천명 이상의 노인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치열한 취업 경쟁 때문에 노인구직자들의 한숨은 컸다.

이번 박람회는 새로운 일자리 개발과 공공부분의 참여도 있었지만 여전히 단순직의 비율이 높았다.

서울시는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며 대상 연령을 55세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높이고 홈페이지를 운영해 구직자들이 사전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 병원 안내 도우미,중국어 통역 가이드 등 신규 직종과 연봉 3000만원 이상의 일자리도 등장했다. 그러나 실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직종은 제한적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전체적인 취업자 수는 감소 할 수도 있지만 취업 성공률은 높아질 것 같다"라며 "지난해 보다 나은 일자리 발굴에 초점을 뒀고 사후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기 위해 따로 부수를 설치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일자리 박람회 직후 노인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현상이 주목됐는데 이는 적절한 사후관리나 대책마련이 없어 취업직후 다시 실직하게되는 노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지난해 60세를 기준으로 일자리를 준비했다면 올해는 68세를 기준으로 취업 기회의 폭을 넓혀 나이든 고령자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음을 덧붙였다.

박람회를 주최한 서울시측은 공공부문의 일자리로 교통서포터즈 및 지하철도우미 600명을 모집 공고했고 이날 이곳에 이력서를 제출한 이들은 모집인원을 훨씬 초과해 젊은이들의 경쟁률을 보였다.

 박람회 한쪽에는 노인모델이나 예절지도사, 숲생태해설가등에 대한 직종체험관을 운영하며 관심을 보이는 노인들에게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부끄러운 듯 즉석대본을 읽어내려간 한 노인모델 체험자는 "동네 경로당 친구들과 구경삼아 찾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직업이 있어 놀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일자리 박람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용산구에 사는 김 씨는 "공공부분의 일자리들은 경쟁률이 치열해 이미 포기한지 오래"라며 "첫날에는 월평균 60만원 이상의 일자리에 이력서를 냈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에 오늘은 평균 20만원정도의 저소득 일자리에 이력서를 넣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람회장 이모저모

 
통역가이드나 시험감독관등과 같이 괜찮은 일자리는 자격제한을 둠으로 노인들의 접근권을 막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비교적 일자리가 많았던 직종은 경비직이나 택배, 가사돌보미등과 같은 단순 용역쪽이었다. 몇몇 직업군을 제외하고는 월20만원부터 시작하는 저임금 직종이라 노인들의 불만은 높았다.

성북구에 사는 한 노인도 "자식들이 사업에 실패해 생활비를 벌려고 나왔지만 월20만원의 수입으로는 아무리 절약해도 너무 빠듯하다"고 속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번 노인일자리박람회는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 된 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노인욕구를 충족하고 있지는 못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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