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6노인일자리박람회 첫날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일주일 후인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 역시 서울 못지 않은 노인구직자들이 몰려 한차례 소동이 일기도 했다.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줄은 마치 연휴철 고속터미널을 방불케 했고 다른점이 있다면 그곳을 메운 인파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이라는 점.

노인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에 모이는 이유는 왜일까? 일하는 노인이 아름다워서? 아님 노년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불행히도 이 같은 생각은 극히 일부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박람회장을 찾은 노인들은 이력서를 서너장씩 들고 이부스 저부스를 옮기며 치열하게 면접을 보고 있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행사 첫날 이미 몇십대 일의 경쟁률을 보였고 일부 전문직은 전문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들로 제한됐기 때문에 평범한 노인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사업한다고 해서 퇴직금과 모아온 돈을 다 줬지, 그런데 경기가 안좋아서 잘 안 됐나봐, 우리 마누라하고 먹고살아야 하는데… 나이가 많아서 취직도 안돼고"
면접을 막 보고 돌아서는 한 노인의 말이다.

취미생활이나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한 그 노인은 박람회 첫날도 아침부터 이력서를 넣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둘째날도 이곳저곳 면접을 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첫날엔 80만원씩 주는 곳에다 이력서를 넣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다시 나왔어, 오늘은 한달에 20만원만 줘도 되는 곳에다 이력서를 넣을 생각인데 것도 쉽지가 않더라고"
건축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했다는 그 노인은 집 짓는 기술을 갖고 있지만 나이가 드니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경비직이라도 빨리 구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털어놨다.

최근 노인일자리라고 마련된 직종이 단순일자리라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이 노인에게는 그런 단순일자리도 고용해 주는 곳이 없어 전전긍긍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사업의 가장 큰 오산은 임금이 적더라도 힘들지 않은 일, 노인이 할 수 있는 일, 노인다운 일들을 선별한다는 점이 아닐까한다. 용돈을 벌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는 노인들은 일부며 대다수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곳을 찾는다. 그런면에서 월 20만원씩의 저임금 일자리를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것은 고령 사회, 노인들을 저임금 노동자로 전략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은 아닐까.

한 오락프로그램이 유행시켰던 그 말, '일자리가 일자리다워야 일자리지…'를 되새기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보다 많은 노인들이 제법 괜찮은 임금을 받는 직종에 취업되길 기도해 본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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