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전경련 앞에 모인 100여명의 투쟁단이 공개질의에 대한 전경련 측의 답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단행하고 있다.<사진/ 최경훈 기자>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의 국회 계류 원인 중 한가지가 경제계의 반대임을 지적하고 나선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지난달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전달한 질의에 대한 답변을 듣고자 1일 전경련앞에 다시 모였다.

오후 2시부터 공개질의에 대해 즉각적인 답을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강행한 장추련은 오후 3시30분경 실무임원진과의 면담을 가질 수 있었지만 결국 전경련은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제시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답변만을 전했다.

장추련 박김영희 대표(왼)과 전경련 경제조사본부 이승철 상무<사진/최경훈 기자>

면담에 참석한 장추련 대표들은 당초 요구했던 회장과의 면담이 실무자로 바뀐 점에 대해 불쾌감을 표하며 경총의 입장을 방패삼아 장추련의 질의에 무성의한 답을 전한 전경련 측에 "12월6일까지 전경련의 이름으로 된 문서로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경총은 그동안 여러차례 장차법 제정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며 장차법을 제정하려면 장애인의무고용제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의무고용은 기업에게는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전경련 경제조사본부 이승철 상무와 노동복지팀 정대순 팀장이 참석한 면담에서 장추련측 대표단은 "지난주에 전경련에 전달한 공개 질의서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청했고 이승철 상무는 "노동과 복지 쪽은 경총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입장이고 경총 의견이 대부분은 경제계의 입장과 같을 수 밖에 없다"며 "요구한 5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전경련 측도 경총의 입장과 같다"고 대답했다.

중증 장애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소득이지만 정부가 정하고 있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2%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진/최경훈 기자>

경총은 이미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의 신설을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임증책임전환 제도를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장추련측 대표단은 "장애인 고용률 2%도 지키지 않는 기업이 장차법을 반대하고 나서는 데는 보편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냐"며 기업 이기주의를 되물었다.
그러나 전경련측은 "기업들도 나름대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로사항이 존재할 수 있다"며 "경총이 건의한 것은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 하다"고 대답했다.

이에 장추련 대표단은 "경제계의 입김은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지 않냐"며 때문에 경제계도 사회적 책임을 갖고 함께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전경련측은 "사회적 책임 부분에서 기업들도 동의하고 있지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노동권을 보장해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하며 "경제계에서 오래전부터 검토되고 있는 사항이니 만큼 다시 한번 장추련의 입장을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면담에 앞서 진행된 결의대회에서 성북장애인 자립생활센터 박현 사무국장은 "중증장애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우선 순위가 소득"이라며 "2%로 책정된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계가 장애인 고용을 부담스럽다고 지적하는 경제인들의 논리는 변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은 국가가 정한 2%의무고용률에 크게 미치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바 있다. 장추련측은 "2001년 21.%, 2003년 0.79%, 2005년 0.97%를 기록하고 있고 이것이 경제계가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는 명백한 증거로 볼 수 있다"며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차라리 돈을 내고 말겠다는 경제계의 태도를 비난했다.

이날 면담을 통해 전경련의 입장에 대해 전달받은 장추련은 오는6일까지 공개질의에 대한 장추련의 입장을 서면으로 요청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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