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항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의료비 지원’이 6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의료비 부담만 덜 수 있다면 수급자로 살지 않고 나가서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어떨까? 과연 수급자들의 자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을까?

2011년 ‘이행급여 특례제도’가 처음으로 실시됐다. 수급자들이 일자리를 얻어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게 되면 즉시 수급대상에서 탈락하게 된다.이행급여 특례제도는 이 때 급작스러운 급여 제한으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 특정 급여는 바로 끊지 않고 2년간 유지해주는 제도다.

이 중 의료급여가 가장 중요하다. 의료급여 대상자의 경우, 병원을 무료(비급여 제외)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급여에서 탈락하게 되면 바로 건강보험 가입자가 되고, 그렇게 되면 매달 보험료를 내야하며, 병원에 갈 경우 본인부담금도 내야 한다.

이러한 제도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2011년 1,093가구를 시작으로 2012년 3,982가구, 2013년 15,295가구, 2014년 28,252가구로 제도 도입 4년만에 26배나 증가했다.

올해 7월,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를 도입하면서 이 특례제도를 돌연 폐지했다. 이유는 개별급여가 도입돼 급여별 선정기준이 다양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의료급여에는 적용될 수가 없다. 개별급여가 도입돼 급여별 선정기준이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의료급여 선정기준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맞춤형 개별급여에 따르면 의료급여는 중위소득 40% 이하에게만 지급되는데, 여기서 중위소득 40% 이하는 과거 최저생계비와 동일한 수준이다. 따라서 수급자가 과거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얻게 되면 의료급여에서 바로 탈락하게 돼, 즉시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된다.

결국, 정부는 수급자들의 자활에 큰 도움을 주어 온 「이행급여 특례제도」를 폐지함으로서 수급자들의 자활의지를 도리어 꺾어버린 것이다.

이들이 탈락 즉시 건강보험 가입자로 전환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월 건강보험료 1만원을 못 내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는 가구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12만 7000가구에 달한다. 이들이 체납한 보험료는 총 856억으로 1인당 평균 67만4015원의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다.

월 소득 20만원인 가입자의 보험료가 1만 2140원임을 고려할 때, 이들의 소득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보험료를 낼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에게 건강보험에 가입할 것을 억지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동익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에 관해 논의할 당시, 의료급여 대상자의 선정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과거의 선정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거기다 그나마 빈곤층의 의료비 부담에 도움이 돼 왔던 「이행급여 특례제도」마저 폐지한 것이다. 박근혜정부에 과연 빈곤층의 의료비 부담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행급여 특례제도」를 부활하고, 중장기적으로 의료급여 대상자 선정기준을 상향해 의료급여 수급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jenny1804@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