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방이양 되었던 거주시설 운영 사업이 중앙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되면서 2015년 5월 ‘장애인거주시설 설치․운영기준 등 개정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다. 시설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재정립을 비롯해 시설 이용자의 거주 생활환경 개선 및 돌봄 강화 기준 마련 등이 주요 골자이다.

연구의 내용을 살펴보면 '거주홈'과 거주홈을 지원하는 '거주홈 지원센터'로 나눠 시설의 기능개편을 두고 나아가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 거주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의 사례관리 서비스를 거주시설에서 맡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거주시설의 기능이나 역할 가운데 탈 시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을 두고 있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시설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선택한 자들에게 이 무슨 끔찍한 선언이던가. 시설에서 지역으로, 탈 시설한 장애인당사자의 증언으로 시설의 정의를 내리자면 그야말로 '시설은 감옥'이라 표현한다. 왜 그러하겠는가. 공동의 생활구조에 갇혀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의 권리가 없고 삶의 영역을 누군가에게 강제로 통제받는다는 것이 그 자체로 끔찍하기 때문이다.

거주시설의 주요 역할과 기능 중 거주장애인을 '보호'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자유로운 삶의 영역을 존중받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행동과 시간통제 등을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감옥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탈피해 스스로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도전을 선택한 탈 시설 장애인에게 사례관리 서비스를 시설에서 하겠다는 것이 그들을 끝까지 통제하겠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고립된 상태에서 자신의 의사를 존중받고 보호받는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탈 시설 장애인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체계는 시설이 제공하는 사례관리, 개별지원서비스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충분한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를 통해서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자유롭게 영위하는 것이다.

자립정착금, 활동보조서비스, 체험홈(자립주택)과 같은 사회적 자원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관계형성 및 사회 적응에 필요한 동료상담과 인권옹호 서비스 등의 자립생활 프로그램 등이 주요하게 필요한 자원이다. 시설의 역할과 기능개편에 탈 시설한 장애인마저 지원하는 것과 퇴소 이후 지역사회 생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은 거주시설과 맞지 않다.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목표로 지원하는 지역사회 기관이 지원해야 하며 탈 시설의 경험을 갖고 있는 선배 동료 장애인의 지지를 통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립생활센터의 기능으로 둬야 한다.

현재 지침상 거주시설 유형으로 분류된 '체험홈' 또한 별도의 독립체계로 구분되어 스스로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립생활 공간'으로 둬야한다. 거주시설 내 한 공간을 기능 보강하여 체험홈을 운영하는 것은 작은 거주시설과 다를 바 없으며 거주기능이 아닌 ‘자립생활과 사회적응에 필요한 거점 공간’으로 둬야 마땅하다.

정부의 명확한 탈 시설 정책이 없는 이상 거주시설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은 불가피하며 대형시설의 소규모화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거주시설의 고질적인 인권침해의 문제는 단순히 종사자와 시설장의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거주시설 개편은 시설장과 관계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탈 시설한 장애인이나 거주시설 장애인에게 직접 그 해답을 물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 될 것이다.

정부에게 강력하게 권고한다. 정부는 시설기능개편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탈 시설 하고자 하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체계를 우선적으로 강화하라! 또한 지방비로 보조하는 자립생활 정착금을 국고보조금으로 전환하고 체험홈을 거주시설에서 분리하여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시설로 분류해시설중심 개편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의 자립생활 지원체계를 완성해야 할 것이다!

2015. 10. 15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이유정 기자  jenny1804@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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