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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
장관님께서는 의료급여 환자는 대부분 노약자들로서 일반인보다 의료비가 더 많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을 무시하고,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진료비를 단순하게 비교한 수치를 의료남용의 증거물로 들이대며, 6개월 동안 30일 이상 입원한 일인가구의 경우에 한달에 자그마치 최고생계급여인 325천원의 75%나 되는 245천원을 삭감했습니다.
장관님! 일인가구의 최저생계비는 418천원입니다만 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생계급여는 325천원으로서 최저생계비이자 선정기준의 78%에 불과합니다. 복지부가 이미 의료보호나 교육급여로 현물로 지급했다고 우기면서 교육대상 자녀가 있거나 없거나, 실제로 가구원 중에 의료기관을 이용한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든 수급자의 생계급여 중에서, 전체 현물보호예산을 기초생활 수급권자 가구로 나눈 평균지출액인 93천원을 빼는 것을 잘 아시지요? 다시 말하면 기초생활수급자의 급여 중 22%를 빼서 아픈 수급자의 진료비와 학생이 있는 가구의 등록금을 보태주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의료보호 환자의 진료비가 증가되면 가구당 평균 현물급여액이 따라서 증가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급여 또한 자동적으로 줄어듭니다. 즉, 의료보호자의 과잉진료는 곧바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급여삭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계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빤히 아시는 장관님이 암과 같은 중병환자이거나 거의 생을 마감할 단계에 이른 노인들이 주를 이루는 장기입원 환자의 생계비를 그토록 무자비하게 삭감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일반인들이 모르핀과 같은 비싼 진통제를 투여 받으며 우아하고 품위 있게 죽을 때, 비급여인 고가진통제를 살 돈이 없는 의료보호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으로 거의 발광지경에 이르며 죽어가기 때문에 호스피스병동의 자원봉사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관님! 도대체 전체 장기입원환자의 몇 퍼센트가 생계비의 75%를 삭감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은데도 국가재정을 축내기 위한 목적으로 입원할 것으로 추정하십니까? 무슨 근거 있는 증빙자료라도 있습니까? 설령 도덕적해이자가 일부 있다고 칩시다. 그렇더라도 장관님께서는 쌀에 돌이 있으면 돌을 가려내지 않고 쌀을 통째로 내다버리십니까? 모든 장기입원자를 도덕적 해이자로 몰아서 생계비를 75%나 삭감하는 악랄한 짓을 하다니요? 장관님 귀에는 죽어가는 원혼들의 저주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죽어가는 중환자들을 의료남용자로 모는 마녀사냥으로 보수언론의 박수라! 그런 알량한 싸가지 없는 정책 이외에는 민심을 얻을 정책이 그토록 궁하셨습니까? 장관님께서는 중병이 들었을 때 79천원으로 한 달 동안 사는 체험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장관님! 79천원의 생계비를 받은 해방촌의 박씨는 입원 중 15만원의 쪽방월세를 내지 못했다고 주인이 방을 빼고 가재도구를 모두 옥상에다 내팽개치는 바람에 이불이랑 옷들이 모조리 썩어 못쓰게 되어버렸는데, 퇴원을 하게 되면 덮을 이불도 없습니다. 한국은 시장바구니방법으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데, 가구집기 가사용품비는 대부분 내구재의 감가상각비입니다. 그런데 입원하면 가구집기가사용품비가 필요 없다고 급여에서 전액을 삭감했는데, 박씨가 겪는 것 같은 가난한 사람의 현실을 아신다면, 도저히 입원하면 가구집기가사용품의 감가상각비가 없다고 주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세입자가 입원하면 광열수도비의 기본요금을 감면해 주는지 집주인들이 있는지 물어보기라도 하셨나요? 아무런 증빙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채 광열수도비도 몽땅 다 빼버리시다니요! 입원 시에 교통비도 한 푼도 필요 없다고 빼버리셨는데, 중환자가 택시로 입퇴원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가요?
선진국들은 의료보호는 물론이고 간병도 무료이고, 입원기간 중안에 시장노동을 못한데 대한 대가로 상병수당까지 줍니다. 독거 의료보호 환자들은 아주 재수가 좋은 경우에 겨우 하루 8시간의 무료간병을 받을 수 있을 뿐 나머지 16시간의 간병비는 자부담인데, 대부분의 독거 의료보호환자는 옆 침상의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거지간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간병비 추가지급은커녕 오히려 급여를 75%나 깍고 달랑 79천원을 생계비라고 지급하다니요? 그나마 79천원은 최고급여를 받던 사람이 받는 금액이고 추정소득부과, 비현실적인 간주부양비 등으로 급여가 원래 낮았던 사람들의 생계비는 그야말로 껌값 정도입니다.
장관님! 서울 중랑구의 중환자 김씨의 동거녀는 급여가 깎이자 한 사람분의 생계비라도 제대로 받아야 살 수 있다면서 김씨 곁을 떠나는 전략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러자 간병인이 없다고 병원에서 퇴원을 요구해서 김씨는 할 수 없이 시설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중환자의 생계비 삭감은 바로 시설수급자의 증가로 나타나 오히려 예산이 더 듭니다.
장관님! 사회복지의 제1원칙은 ‘외로운 영혼을 돌보되,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우선적으로 돌보는 것‘입니다. 장기입원환자의 생계비 삭감은 도저히 ’덕‘이 있는 정치인이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정책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철회하십시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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