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지난 13일 아름다운재단은 아름다운 이별학교라는 죽음준비 프로그램을 개강해 눈길을 끌었다.

잘사는 것 만큼이나 잘 죽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는 죽음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새삼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에 불편한 맘을 비치는 이들도 있겠지만 갑작스럽게 죽음을 마주한 유족들은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한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별수업을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어 그들과 함께 첫 번째 수업시간, 함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워밍업을 시작했다.

행복한 이별을 가르쳐 드립니다

평균 수명의 연장은 노년기간을 길게 했고 노후대책은 노인들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생을 마감하는 죽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죽음은 언제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에서 무엇보다 준비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재단이 주관해 지난 11월 13일부터 진행되는 '아름다운 이별학교'는 나이와 성별을 떠나 죽음을 준비하려는 이들로 첫날부터 붐볐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손자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첫 수업시간 프리랜서 방송작가 주은경씨가 본강의에 앞서 학생들과 솔직한 대화에 나섰다. 참가자들에게 종이와 그리기 도구를 나눠주며 가장 기뻤던 일과 가장 슬펐던 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심리상태에 대해 반드시 그림으로 그릴 것을 요구했다. 덧붙여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차근히 설명하라는 숙제도 남겼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사망과 가족의 죽음을 가장 슬펐던 일로 꼽았고, 자녀의 탄생이나 손자들을 통해 기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저는 석유사업을 하다 은퇴했는데 아무래도 일하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슬펐던 때는 2년전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였는데 지금도 가끔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 목이 컬컬해 져요"

예순을 훌쩍 넘긴 참가자도 이제 마흔을 넘긴 참가자도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공유하며 하나가 됐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정보를 남에게 알리는 일, 그리고 남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일, 그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이 해결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인 듯 싶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자 삶을 먼저 되돌아 보라

나의 삶이 왜 아름다운지 인간으로 태어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에대해 전하고 있는 한국인성개발연구원 김분식 부원장

한국인성개발연구원 김분식 부원장의 본격적인 강의는 '나의 삶이 왜 아름다운지, 인간으로서 태어나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에 대해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작으로 했다.

잊고 살았던 개개인의 '자아'를 일깨우며 "우리 내면 가장 깊은 곳에 고여 있는 자기의 세계는 너와 내가 서로 넘나드는 화해의 세계이고 통합의 세계이며 영원한 세계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보다 저 깊은 내면의 무의식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스스로의 삶이 원하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잠자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해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덧붙여 두명이 한조를 이루고 한사람은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은 이야기로써 정해진 지도위의 길을 함께 가는 놀이를 지시했다. 그와 같은 놀이를 통해 김분식 부원장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누군가를 돕고 산다는 것의 첫째 덕목은 의사교류"라고 했다.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무조건 잘 하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과 함께 "내가 중심이 아닌 상대방이 중심이 될 때 의사전달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말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전했다.

소통이라는 것은 남의 말을 듣는 것도 내포하고 있지만 자신의 말을 남에게 전달한다는 데에도 의미가 크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그래서 주변사람들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는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특별한 몇몇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만고만한 테투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남들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자신의 삶도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됐고, 누군가에는 도움이 됐을법한 것들을 망각하며 스스로를 초라한 삶으로 한정짓는 경우가 많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치는 것은 그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아닐까?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 첫 번째 과제로 자신의 삶을 재발견하는 숙제를 떠 안은 셈이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들 속에는 젊은이들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최연소 참가자로 눈길을 끈 권오봉(29)씨는 "태어난 데는 순서가 있지만 죽을 땐 순서가 없지 않으냐”며 “죽음을 잘 준비해야 나중에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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