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차 나가는 길에 올라 탄 지하철 끝 쪽에서 다투는 소리와 웅성웅성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어떤 싸움일지 귀를 기울인 기자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말다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0세 정도의 중년의 남자는 30대 정도의 한 여자를 보며 "내가 임신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알아? 어쨌든 양보는 해야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상황을 살펴보니 여자가 자리 양보를 하지 않았고 남자는 왜 자리 양보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임신해서 몸이 좋지 않다는 대답에 남자가 발끈한 상황인 듯 했다. 남자의 호통과 고함에 여자는 제대로 된 답변도 하지 못한채 난처한 상황을 모면하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었다. 기세 등등한 남자는 여자가 내린 뒤에도 뒷통수에 듣지 못할 욕설과 자신이 합리적인 행동을 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큰소리 치고 있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기자는 같은 여자의 한사람으로서 끓어오르는 분노감을 느껴야 했다. 어른에 대한 공경만을 강조하며 여자를 무안주기 전에 아이를 가진 임신부에게 따뜻한 배려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 지난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이 제정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며 왜 임산부의 날이 제정되었어야하는지에 대해 새삼 의미를 되짚어 보게 됐다.
임산부는 그 어느때를 막론하고서라도 우선 보호시돼야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흉흉해진 사회분위기 속에 나만을 먼저 생각하려는 비양심적인 모습들이 당연한 배려를 필요로 하는 그들에게 조차도 야박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 아닌지 모른다.
한 임산부는 인터뷰에서 "제가 겉으로 보기엔 임신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니까 지하철 노약자 석에 앉으면 괜히 눈치가 보이구요.."라며 호소하기도 한다.
이같이 5개월쯤 되야 배가 서서히 불러오는 임신 특성상 '초기 임산부'는 일반인과 겉모습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임신 초기는 수정란이 자궁에 자리잡는 시기로 가장 중요하면서 위험한 시기이며 실제로 임산부 10~20%가 유산을 경험하고, 유산의 80% 이상이 임신 초기에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큰 구분이 가지 않아 주변의 배려를 받지 못해왔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는 정부의 노력에 비해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과 배려는 너무 먼 얘기 같다.
아직 1회에 불과한 임산부의 날이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시민들의 인식개선을 통해 당당한 예비엄마로서 불편함 없이 대중교통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그들이 임산부임을 알리는 명찰이라도 달고 다녀야 하는 불상사가 없길 바래본다.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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