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장애인들은 장애라는 편견 탓에 사회에서 소외받고, 그도 모자라 가정에서까지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서 생활하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장애인들의 절반 이상이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 최경훈 기자>

이에 가정폭력 관련법에 여성장애인 관련 조항 강화와 가정폭력상담소 설치, 사회적 인식개선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하 한국여장연)은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전국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장애인들의 절반 이상이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을 한번이라도 당해봤다'는 질문에 344명(68.8%)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가정 폭력이 전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56명(31.2%)에 그쳤다.

폭력 유형별로 살펴보면 정서적 폭력(272명), 언어폭력(224명), 경제적 폭력(201명), 성적폭력(162명), 신체적 폭력(131명) 순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은 '소리를 지르거나 무시한다(182명)'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신체적 폭력으로 '손으로 때리거나 발로 찬다(101명)'는 답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정서적 폭력으로는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나 때문이라고 한다(140명)'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경제적 폭력에 '나의 복지혜택(정부보조금, 핸드폰, 자동차, 카드, 임대주택 등)을 다른 가족이 사용한다(119명)'고 응답했다.

가정폭력 가해자는 배우자(70명)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아버지(55명), 어머니(29명), 형제·자매(27명), 시부모님(13명), 친인척(5명)이 뒤를 이었다.

특히 가정폭력으로 여성장애인들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 후유증을 묻는 질문에 '불안과 우울증이 있다'는 답변에 1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다(110명)',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린다(77명)', '대인기피(65명)' 증상 등을 꼽았다.

이처럼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여성장애인들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여성장애인들은 '무서워서(38명)' '창피해서(30명)' '갈 곳이 없어서(23명)' '상담기관 경찰 등 정보를 몰라서(6명)'라고 답변했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이유에 대해 442명의 응답자 중 266명이 가족들의 장애인식 부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응답자들은 폭력 근절 방안으로 '가족들에게 가정 폭력 예방 및 장애인권 교육을 받게 한다(384명)' '여성장애인에게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받게 한다(376명)'고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여장연측은 "여성장애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해자는 가족 구성원 전체에서 고르게 나타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었고, 특히 가족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부족이 큰 문제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설문에 응답한 400명중 324명이 가정폭력상담소의 필요성을 느꼈을 만큼 그들을 보호해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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